코로나19로 생산과 판매가 모두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 TV 등 주력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들의 위기상황 인식도 심각해져 기업 경기전망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하락했다. 자동차 업종은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4월 전망치가 59.3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52.0 이후 135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84.4)보다 25.1포인트(p) 급락하며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3월 실적치 역시 65.5로 2009년 2월(62.4) 이후 133개월 만의 최저치다.
부문별로는 내수(64.3), 수출(69.3), 투자(74.8), 자금(77.0), 고용(79.0), 채산성(68.8) 등 대부분 기준선 미만이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44.2)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출판·기록물(46.2), 여행·오락 서비스(50.0), 의류·신발 제조(50.0), 도·소매(52.2), 운송업(52.4) 순으로 나타냈다.
기업들은 이동제약으로 인한 소비위축과 전 세계 국가들의 조업차질로 인한 공급 충격이 겹치면서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공장 가동 중단이 잇따른다. 해당 국가가 늘고, 기간도 장기화하면서 피해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가전분야 해외 공장도 연이어 가동을 멈췄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도,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브라질 등에서 공장 가동을 멈췄다. LG전자도 미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코로나19가 지속 확산하고 있어 해외공장 가동 중단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과 체코, 인도 등에 이어 러시아와 터키 공장까지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도 코로나19로 인한 가동 중단을 4월 10일까지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소비 위축으로 인한 수요 절벽은 더 큰 부담이다. 특히 셧다운과 이동제한 등 극단적 봉쇄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이 늘면서 판매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TV 시장에서는 수요 급감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초 올해 글로벌 TV 시장은 짝수해 효과와 대형 스포츠 이벤트 효과가 겹치면서 성장이 예상됐지만, 최근 시장이 큰 폭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반전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TV 시장 출하량이 5.8% 감소한 2억52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미치는 영향도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됐을 때 중국 업체가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유럽과 북미 등 세계 전역으로 퍼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회복하는 분위기인 반면, 유럽과 북미는 아직도 한창 진행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 유럽 판매 비중이 30%에 이르고, 북미 판매 비중도 높은 기업들이 앞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 위기로 기업들은 실적 악화에 이어 자금시장 위축으로 인한 신용경색을 겪으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피해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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