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사장이 고객 중심 통신 경쟁력을 기반으로 금융, 유통, 보안 등 연관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출사표를 내밀었다. 10년 만에 KT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구 사장은 거창한 융합 산업이 아니라 통신기업으로서 실리와 본질에 집중하며, KT 본원의 경쟁력과 기업 가치 제고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구 사장은 30일 KT 주주총회에서 CEO로 공식 취임하며 “고객발 내부 혁신을 통해 단단하고 당당한 KT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방침은 구 사장이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CEO 선임 이후 90일 동안 KT 내외부 각계 인사들을 만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경영 구상에 집중한 결과다.
구 사장은 “KT는 축적한 디지털 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핵심 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도약하겠다”면서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모아 KT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 가치 향상을 실현하겠다”고 역설했다.
구 사장은 KT에서 8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인 유·무선통신 혁신 방안으로 '고객발 내부 혁신'을 제시했다. 고객발 내부 혁신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는 것을 넘어 KT 조직 문화 전반을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도록 혁신한다는 슬로건이다.
기존의 통신상품 종류에 따른 고객 분류에서 벗어나 KT 구성원이 고객의 요구와 불편을 적극 해석·고민, 서비스를 선제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판매에 그치지 않고 층간 소음 문제와 같이 고객의 삶을 바꾸는 분야에서 KT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결합한 창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혁신 서비스를 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구 사장은 신사업과 관련해 금융·유통·보안·광고를 강조하며 이전 CEO와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KT가 보유한 통신인프라·실물 자산과 더불어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역량을 집중해서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황창규 전 회장이 △스마트에너지 △미디어 △금융 △재난·안전·보안 △기업·공공 가치와 글로벌 진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과 비교된다. 신사업에서도 실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구 사장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위기지만 KT그룹은 ICT 발전 변곡점을 파악하고 흐름을 선도한 경험과 역량이 있다”면서 “5G,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등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궁극으로 본질에 충실한 KT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신입사원으로 출발해서 35년 동안 KT에 재직해 온 구 사장은 임직원 성장을 위한 투자와 지원도 아끼지 않고 KT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구 사장은 “KT 대표이사로서, KT그룹의 한 사람으로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면서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중되며 두려움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KT그룹만의 강력한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