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교육비 규모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통계청과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조5000억원이 늘어 약 21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도 놀랍지만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교육격차다. 월소득 800만원 이상인 가구와 2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 차이는 평균 5.2배, 서울과 지방 도시 사교육비 차이는 최대 2.5배까지 벌어진다.
비단 우리나라만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교육업계 최대 이슈는 '불평등'이다. 2017년 출간된 '가능성의 상속'(Inheriting Possibility)이라는 책에 따르면 미국 대입시험인 SAT 점수는 '가족이 보유한 부의 규모'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다. 12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 유동자산을 보유한 가정의 학생은 그렇지 못한 가정의 학생 대비 SAT점수가 평균 141점 높다. 책은 부유한 학생의 SAT 점수가 높은 이유 중 하나로 높은 사교육비를 들여 맞춤형 시험 준비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정부를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는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정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를 위한 수많은 정책을 발표했고, 미국에서는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대입전형에서 SAT 점수를 배제하는 안이 논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뤼이드'라는 교육AI 기업에서 AI 알고리즘을 연구 개발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교육 불평등 문제 해결에 있어 사회 역할도 필요하지만 기술, 특히 AI가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적어도 학습 목표가 분명한 시험영역에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AI 기반 학습플랫폼(AI 튜터)은 각각의 학습행동을 정확히 분석해 목표 달성을 위한 완벽히 개인화된 학습 방법을 시공간 제약없이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첫째 AI는 인간 강사보다 학생을 더 정확히 파악한다. 아무리 체력이 좋고 뛰어난 인간 강사도 몇 천명, 몇 만명을 상대하고 각각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들의 분석과 추천은 오로지 제한된 경험에 의한 직관이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AI가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수많은 데이터를 소화하고 분석해 명확한 '리워드'(목표점수) 달성 확률을 극대화하는 시퀀스를 제시하는 영역은 (수 년전 알파고가 증명했듯) AI 전문 분야다.
실제로 AI 토익튜터 산타는 이미 1억건 이상 문제풀이 결과 데이터를 학습했으며 학습 데이터는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AI는 10문제 정도의 진단고사로 학습자 각각의 점수를 90% 정확도로 예측하고 개인별 학습 동선을 제시해 목표 점수 달성 확률 극대화한다. 학습자 데이터를 통해 실질적인 점수 향상 효과도 증명하고 있다.
둘째 AI는 인간 강사보다 동기부여에 능하다. 인간 강사는 정해진 시공간이 있지만 AI는 아무리 늦은 밤에도 어디서든 붙어서 상호 작용한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드랍아웃 세션 예측' 딥러닝 모델로 학습자 각각의 문제별 이탈까지 계산해 문제를 추천하고 학습 동선을 제시한다. 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알고리즘으로 학습 몰입을 높이고 토큰 이코노미를 결합해 실질 리워드를 제공함으로써 학습자 행동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실제로 산타토익에는 동기부여 모델이 적용돼있는데, 유저는 앱을 통해 평균 약 980문제를 풀이한다. 이는 기존 학원이나 문제집의 학습법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AI 알고리즘 고도화로 예측 모델 성능이 향상될수록 AI 학습자의 신뢰도가 증가해 학습 동기가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뤼이드 AI팀은 모든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에 적용하여 AB 테스트를 진행해 학습자에게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데 최근 기존 연구대비 23.4% 더 높은 성능의 점수 예측 모델을 제품에 적용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기존 알고리즘 대비 학습자 문제 풀이 수와 평균 접속일 수가 각각 20.16%와 4%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AI튜터는 인간 강사보다 무조건 저렴하다. 기술 개발에는 수많은 시간과 인력과 비용이 투자되지만 서비스를 구축한 이후 한계 비용은 '0'에 가깝다. 고객 한 명이 추가된다고 해서 제작비가 증가하는 것도 인건비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저장이 필요한 유저 데이터만큼의 클라우드 비용만 증가할 뿐이다. 인간 강사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낮게 잡아 시간당 5~10만원으로 가정해도 AI 튜터가 훨씬 저렴할 수밖에 없다.
교육 AI기술은 현재는 산타토익을 통해서 상용화돼 있지만 도메인 디펜던시가 없는 기술로 다양한 영역에 확장 가능하다. 토익이나 영어와는 상관없이 '객관식 문제를 뭐라고 답했는지'가 데이터 핵심이기 때문이다. 뤼이드가 토익 시장이 아닌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 재정의 하겠다는 비전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미국 대입시험인 SAT, ACT를 포함한 다양한 시험영역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교육 불평등 문제는 선언에 그치는 정책 구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교육열을 꺾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갑자기 우리 사회에서 시험점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설득할 수도 없다. 교육 소비자에게 산업에서의 혁신을 통한 실질 대안이 제공돼야 한다. 혁신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기술로부터 나온다.
이영남 뤼이드 AI 선임연구원 yn.lee@riiid.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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