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자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제조업 허리인 소부장의 높은 해외 의존도가 산업 성장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부장 산업 생산규모는 지난 2017년 기준 786조원이다. 2001년 240조원에서 3배 이상 늘었다. 수출도 2001년 646억달러(약 78조9412억원)에서 2018년 3409억달러(416조5116억원)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9억달러에서 1375억달러로 대규모 흑자 전환했다.
정부는 과거 수입국다변화제를 시작으로 대일 무역적자 등 무역역조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 정책을 펼쳤다. 지난 1978년 무역적자는 33억5000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 22억6000억달러보다 컸다.
2001년에는 부품·소재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현재까지 연구개발(R&D)에 5조4000억원가량 투입했다. 한국 소부장 산업의 외형성장과 성장토대 확대, 경쟁력 강화 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005~2016년 휴대폰(63→90%), 냉장고(94→100%) 등에서 부품 자체 조달률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우리 소부장 산업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2018년 대일 전체 무역적자는 241억달러(약 29조3875억)다. 이 가운데 소부장이 224억달러(약 27조3145억)를 차지했다. 같은 해 대일 전체 수입 546억달러(약 66조5683억원) 가운데 소부장 비중은 68%를 기록했다. 앞으로 첨단 산업 성장과 함께 대일 역조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산업은 물론 우리나라 안보에도 큰 위협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로 수많은 품목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범용 제품을 위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일본이 선점한 핵심 품목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소부장 산업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이유다.
2001~2017년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의 자체 조달률은 60% 중반 수준이다. 특히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27%), 디스플레이(45%) 산업은 50%를 밑도는 수준이다. 그동안 해외 공급망에 치중해 기술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토양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소부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