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 지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선정 사업자 자격 논란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주 이 사업 수행 사업자를 최종 선정하자 일부 밴사가 심사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1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입찰이 코로나19를 감안한 서면심사로만 이뤄지면서 적격성 논란이 불거진 것. 중견기업인 SPC그룹 계열사 'SPC네트웍스'가 사업 수행기관에 포함되면서 같이 선정된 일부 밴사가 문제를 제기했다.
SPC 측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선정됐다는 입장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영세가맹점 지원 사업은 영세 소상공인 가맹점에게 신 결제 단말기와 키오스크를 무상 보급하는 사업으로, 동반성장위원회와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달 중 선정된 밴사와 협약 체결 후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상권이 무너지는 가운데 대형 유통사 경쟁에 밀려 폐업 위기에 내몰린 영세 가맹점을 돕기 위한 공익 사업이다.
올해 1차 사업에는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결제 단말기와 키오스크 기기 보급에 각각 85억원, 15억원이 책정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사업 보급 입찰을 진행하면서 영세 가맹점 보유 수와 시장 점유율 등을 비교해 예산을 분산 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수행기관을 선정하고 지원예산을 차등으로 분배하겠다고 했다. 시장점유율과 보급역량 등도 고려 대상이다.
국내 13개 밴사 모두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입찰 결과가 공개된 후 예산 배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일부 밴업계와 카드업계에서 제기됐다.
영세가맹점 지원 사업에 대형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SPC그룹 계열사 SPC네트웍스가 선정된 데다 밴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받은 사업자와 지원 규모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SPC네트웍스는 1차 사업에서 9억5000만원 예산을 할당받았다. 업계 선두권인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KIS정보통신과 같은 금액이다. 대형 프렌차이즈 기업 계열사가 더 많은 영세 가맹점을 보유한 중소 밴사보다 예산을 더 많이 받게 된 것이다.
SPC네트웍스의 결제 대행 부문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이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SPC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중대형 프렌차이즈와 가맹계약이 돼 있다. 이번 사업에서 지원이 제외되는 계열 프렌차이즈를 제외하면 시장 점유율은 2~3%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 밴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사의 대형 프렌차이즈 대행 결제만을 해 온 특정 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맹점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특정 밴사에 10%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예산을 적게 배분받은 중·하위 밴사도 불만을 토로했다.
동반성장위가 정확한 입찰 심사 근거와 선정 배경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SPC네트웍스가 과거 정부 IC카드 보급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보급 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SPC그룹은 다른 밴사와 공정하게 심사를 받았고, 경쟁을 거쳐 선정된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입찰 심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준비해 입찰에 참여했다”면서 “일부 밴사와 카드사가 제기한 의혹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사업 주체인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입찰 사업자 평가를 비대면 서면 평가로 진행했다”면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충실도나 준비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SPC네트웍스가 타 업체 대비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계열사 내 우회 지원 등이 적발될 경우 지원 예산 전액을 몰수할 계획”이라면서 “이미 SPC에 이 같은 원칙을 공유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표]정부 영세가맹점 지원사업(1차) 예산 지원 현황(자료:각 사 취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