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원료의약품 수급이 문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조업을 재개하면서 피해는 당초 예상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유럽, 인도, 북미지역 피해 확산과 바이러스 재유입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으로 정부는 개별 제약사 피해사례 수집, 사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는 원료의약품 13개를 포함한 26종류 의약품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약품 부족문제에 대해 사전 대비하기 위해서다. 수출 제한품목에는 타이레놀과 항바이러스제 등 코로나19에 대비한 의약품 등이 포함됐다.
실제 이달 초 미국에서는 원료의약품 부족문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되기도 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며 필요한 원료를 제때 수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원료의약품 수급은 중국, 인도 등 80%가량이 해외서 수입한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생산실적 및 수입실적'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18년 기준 26%에 불과하다. 2016년, 2017년 각각 28%, 35%로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원료의약품 수입 1위는 중국이며 뒤를 이어 일본, 인도, 미국 순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중국, 인도산 원료의약품 수입은 지속 증가 추세로 중국, 인도, 일본, 미국 등 주요국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 개별 기업은 대부분 원료의약품 2개월에서 5개월치를 구비한 상태다. 원료의약품 특성상 대용량을 수급한다. 다만 중소 업계는 대형제약사와 달리 원료의약품 재고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인도 등 원료의약품 수급을 늘리고 있다보니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0%가 되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일단 공장을 가동 시작하면서 한숨 놓긴 했으나 향후 인도, 북미, 유럽 상황에 따라 피해를 입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통해 원료의약품 수급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현재까지 실제 원료의약품 수급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고분이 많이 준비되지 못한 기업은 식약처 등에 향후 의약품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식약처는 향후 발생할 의약품 수급문제를 고려해 지속 집중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약사 수급 원료는 단일 품목이 아니라 다양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재는 기업 자체적으로 원료수급 다변화를 꽤하고 있으며 정부도 향후 수급문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지속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