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창업·벤처생태계가 비대면으로 투자활동에 나섰다. 벤처캐피털(VC) 30개사와 의료·바이오 분야 창업·벤처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 미팅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시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는 2일 창업·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와 비대면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 IR을 개최했다.
온라인IR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창업·벤처기업과 투자자가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의료·바이오 혁신기업에게 적시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약개발 업체 4개, 진단키트 제조사 3개, 의료기기 1개, 의료 소프트웨어(SW) 개발사 2개 등 총 10개 업체가 참여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인 마라나노텍 코리아도 이번 IR에 참여했다. 마라나노텍은 2018년 급성심근경색 등 헬스케어 진단키트 및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혜연 마라나노텍 대표는 “현재 미국에는 마스크와 휴지를 구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IR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생명공학·분자진단 소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큐진' △노화세포 억제 의약품 개발사 '퓨전바이오텍' △일회용 현장 진단 키트 및 건강 관리 시스템 업체 '큐에스택' △의료정보 백업시스템 및 광학자료 관리시스템 개발사 '비씨앤컴퍼니' 등 10개 의료·바이오분야 기업이 구루미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을 소개했다.
각 업체에는 5분씩 IR 기회가 제공됐다. 5분간의 발표 이후에는 30여개 VC 심사역의 질문이 오갔다.
IR 과정에서 전달이 미흡한 내용에 관한 추가 질문부터 해당 영역에서 기업이 가진 특장점 등에 질문이 집중됐다. 음성으로 질문이 오가는 도중에도 채팅창을 통한 추가 질문이 들어오는 등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발표 종료 시간 30초 전에는 사회자가 채팅창을 통해 알림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설명회가 진행됐다.
영상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구루미에 대한 관심도 컸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중기부에서도 외국 서비스보다는 토종 스타트업의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공을 들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여러 다른 영상 플랫폼 서비스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유저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고 있어 구루미 서비스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구루미는 2015년 설립된 창업기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협업 프로그램이 없는 기업에게 지난 2월 3일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는 “이번 IR을 계기로 많은 이용자에게 구루미 서비스가 알려져 줌(Zoom)과 같은 외국계 기업과도 대등하게 겨룰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번 온라인 IR을 시작으로 여타 산업 분야와 지역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IR을 순차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이날 집무실에서 온라인 IR에 직접 참여했다.
박 장관은 “온라인 IR을 수시 개최해 지역기업과 수도권 VC의 만남의 기회로도 활용하는 등 벤처투자 열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