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고딕체로 편중된 화면용 글꼴 시장에 새로운 실험으로 활기를 불어넣는다.
네이버는 명조 계열 화면용 '부리 글꼴' 제작 현황을 공개한다고 2일 밝혔다. 글꼴이 완성되어야 공개하던 방식에서 글꼴 제작 과정을 사용자에게 공유한다.
2018년부터 한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 '마루 프로젝트' 일환이다. 한글 사용자와 함께 새로운 화면용 부리 글꼴을 제작해 나가는 것이 차별점이다.
'부리 글꼴'은 우리가 흔히 아는 명조체다. 한글이 명나라 글씨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체된 글꼴 명칭이다. 한글 모음 끝에 새 부리와 같은 모양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네이버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 페이지에서 매주 업데이트되는 디지털 화면용 '부리 글꼴' 제작 현황을 살펴보고 제작 중인 일부 글꼴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네이버는 오는 한글날에 맞춰 시험판 부리 글꼴 1종 총 3027자(한글 2780자, 로마자 120자, 기호활자 127자)를 무료 배포한다. 사용자 의견을 받아 수정 완성해 2021년 10월 총 5종을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디지털 화면용 한글 글꼴은 대부분 고딕체에 편중되어 있다. 이는 화면 해상도와 렌더링 기술 한계로 일그러짐이 적은 고딕(민부리) 글꼴을 중심으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화면 출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폭넓은 글꼴 선택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완성도 높은 화면용 '부리 글꼴'의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네이버 '마루 프로젝트' 취지다.
네이버는 2018년부터 동아시아 문화권 글꼴 현황 분석과 화면용 글꼴 형태와 공간 분석을 시도했다. 2019년에는 화면용 '부리 글꼴' 사용성 조사를 마치고 사용자와 함께 부리 글꼴 스티커 27종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사용자와 다양한 소통을 진행해왔다.
네이버에 따르면 부리 글꼴은 공간이 여유롭고 글줄이 긴 단순한 화면 구조, 시나 소설 같이 감성이 풍부한 글, 정보 전달성 글에서 신뢰감 있고 묵직한 인상이 필요할 때 적합하다.
부리 글꼴은 형태적으로 인간적이며 친숙하고 따뜻한 감성이 담긴 한글꼴 한 갈래다. 오늘날 신문, 잡지, 동화책 등의 인쇄 매체 속 본문에 자주 쓰인다. 긴 텍스트를 읽기에 편안한 글꼴임에도 그동안 화면 기술의 한계로 디지털 화면에서 소외됐다.
안상수 마루프로젝트 디렉터는 “민부리꼴(고딕)에 편중된 글꼴 시장에서 한글 글꼴의 다양성과 가능성에 주목해 '사용자와 함께' 완성도 높은 화면용 '부리 글꼴'을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