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세계 무역기술장벽(TBT)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간다 등 신흥국과 함께 미국의 TBT 통보가 확대됐다. 최근 에너지효율 규제 등 우리나라 가전 수출을 가로막는 TBT가 확대되면서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5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1분기 세계 TBT 통보는 95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699건에 비해 36.7% 폭증했다. 2018년 760건과 비교해도 200건 가까이 확대됐다. 특히 신규 TBT 통보가 589건을 기록해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국가별로는 신흥국 외에 미국의 TBT 통보가 대폭 확대된 것을 드러났다. 올해 1분기 TBT 통보는 우간다 132건, 미국 94건, 브라질 80건, 케냐 68건, 탄자니아 52건을 기록했다. 신흥국 위주로 TBT가 확대되고 있지만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또한 TBT 통보를 확대하고 있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 42.4%, 아시아 18.0%, 중남미 12.6%, 중동 11.9%, 북미 8.0%, 유럽 5.1%순이다. 개발도상국이 많은 아프리카에서 선진국과 같은 기술 규제 제도를 구축하면서 TBT 통보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TBT는 국가 간 서로 상이한 기술규정, 표준, 시험인증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는 무역 장벽이다. 수입량 제한 같은 전통 무역 장벽과 달리 공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숨은 기술규제다.
이달 기준 지난해 TBT 통보는 3337건을 기록,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TBT 통보는 2015년 1977건, 2016년 2331건, 2017년 2580건, 2018년 3064건에 이어 지난해에도 순증했다. 우간다와 에콰도르, 브라질, 케냐 등 개발도상국이 TBT 통보를 확대했다.
특히 최근 에너지효율 규제가 잇따라 통보되면서 우리나라 가전기업에게는 애로가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개발도상국은 건조기 같은 신가전에 에너지효율 규제를 적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월 열린 WTO TBT위원회에서 에너지효율 규제 4건에 대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TBT 통보는 서면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표원 관계자는 “기술규제 통보는 통상 2~3개월 정도 늦게 반영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통보 자체는 대면이 필요없기 때문에 계속 수치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표>2019~2020년 분기별 TBT 통보 추이
자료: 세계무역기구(WTO), 국가기술표준원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