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루갈, 인공눈에 담긴 증강현실(AR)의 세계

OCN 드라마 루갈
OCN 드라마 루갈

OCN 드라마 '루갈'의 주인공 강기범은 범죄 조직에 의해 눈을 잃고, 가족을 살인한 누명까지 쓰게 된다. 혼자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고, 범죄자 신분으로 감옥에 갇혀 절망적 나날을 보내는 그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다. 첨단 바이오 생명공학 기술이 집약된 '인공눈'과 함께.

비밀스러운 특수조직 루갈이 강기범에게 준 인공눈은 단순히 앞을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능력까지 부여한다. 마치 증강현실(AR)이 기본으로 구현된 것과 같은 시야다.

호텔 로비에서 한번 둘러보기만 했을 뿐인데 범죄자를 바로 스캔할 수 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 옆에 이름과 각종 정보가 태그처럼 붙는다. 악당이 내지르는 주먹 속도와 각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예상 경로가 나타난다.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를 눈 앞에 띄우고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AR은 현실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흔히 가상현실(VR)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AR은 사용자가 바라보는 현실에 이미지를 덧씌우고, VR은 가상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3차원(3D) 측정이 가능한 센서가 탑재되며 다양한 AR 서비스와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록 인공눈이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카메라에 찍힌 대상까지 거리를 측정하고, 크기와 부피를 계산하는 정도는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AR 기술은 인공지능(AI)이나 얼굴인식 기술 등과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한다.

중국에서는 공안이 얼굴인식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을 범죄자 색출에 활용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가지 혹은 행사장에서 실시간으로 얼굴을 인식하고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결과가 경찰 시야에 AR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한창인 요즘은 순찰요원용 스마트안경에 열화상 카메라를 결합, 실시간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 환자를 빠르게 찾아내는 사례도 화제가 됐다. AI와 AR을 결합, 거리를 오가는 수백명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는 설명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AR 기술 활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외과 수술 현장이나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제조 공정 등 산업적 활용에 대한 연구개발도 꾸준히 이뤄진다.

드라마 속 인공눈과 AR 기술은 결국 누군가와 싸우기 위한 병기로 활용된다. 하지만 현실의 AR 기술은 사람을 살리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