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나노종합기술원의 국내 최초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 과정이 순조롭다. 나노종기원은 최근 국내 최대 반도체 제조사와 협력해 불화아르곤 이머전 노광기를 조만간 반입할 예정이다. 이 노광기는 첨단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한창 가동되고 있는 범용 기기다.
지난 7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이후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시작한 12인치 웨이퍼 테스트베드 프로젝트는 올해 10개 주요 장비 설치를 끝내고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장 골머리를 앓은 고가 장비 불화아르곤 이머전 노광기 구매가 이뤄지면서 설비 구축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이번 사례를 환영했다. 업계는 그동안 비용 부족과 실험 시설 부재로 제품 연구개발(R&D)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제 이 인프라가 확대되면 마음껏 해보고 싶어 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 갈증을 느껴 온 사업이 현실화한 만큼 '제대로' 된 인프라 구축을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서는 더욱 섬세한 설비 투자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10개 장비 구매 리스트 가운데 파티클(이물질) 계측 장비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는 향후 소재 연구에 심대한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실험 소재로 웨이퍼 공정을 마친 뒤 이물질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면 기본 연구조차 진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차근차근 장비를 갖춰 나가겠다는 종기원 방침도 이해하지만 처음부터 필수 장비를 갖추지 않는다면 모양새만 그럴싸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된 초기 예산인 450억원보다 더욱 증액된 파격 지원으로 테스트베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거나 예산이 제한된다면 장비 '리스' 개념을 도입해 첨단 장비를 갖춰 나가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인치 웨이퍼 테스트베드는 국내 소부장 기업 외에도 소재 국산화를 선언한 대기업들도 활용 의사를 적극 밝히고 있다. 이들 업체에 최적의 R&D 조건을 선사한다면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 사례처럼 핵심 반도체 소재의 내재화 가능성은 더욱 짙어진다.
'시작이 반'이다. 국가의 아낌없는 투자로 국내 업체들이 쑥쑥 커 나아갈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