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8>통신대란을 대비한 온라인 개학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8>통신대란을 대비한 온라인 개학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일이 걱정입니다.” 교육부가 초·중·고등학교 온라인 개학을 선언하자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부모의 걱정이 크다. 코로나19에 의한 정부의 고육책임을 인정한다 해도 인터넷을 작동조차 할 수 없는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교육의 질은 차치하고라도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의 온라인 교육이 절실하다. 교육부가 TV 시청 방식의 강의를 제시했지만 좀 더 세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교사가 소수 그룹으로 묶여 영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거나 부모의 도움으로 간단히 숙제를 제출하는 정도의 선에서 그쳐야 할 수도 있다. 양질의 교육만을 고집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8>통신대란을 대비한 온라인 개학

우려되는 또 다른 문제는 통신 대란이다. 이미 온라인으로 개강한 대학생을 포함해 적어도 900만명의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 엄청난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한다. 재택 근무 활성화와 자가 격리가 만들어 내는 인터넷 사용량도 부담이다. 동영상 강의 파일 분량이 5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데이터 저장장치도 충분치 않다. 온라인 교육이 야기하는 혼란으로 우왕좌왕하지 않기 위해 유비무환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통신망과 데이터 저장장치를 증설해야 하지만 지나친 투자도 금물이다. 수요의 정확한 계산으로 추가 용량과 장소를 결정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지난해 4월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세대 이동통신(5G)을 적극 활용하고, 시간과 공간을 분산하는 방법도 동원하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과학에 근거한 계산법을 동원하면 통신망과 저장장치 확충과 컴퓨터 보급에 사용되는 투자는 1조6000억원이 들어가는 한전공대의 설립을 포기하면 가능한 규모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8>통신대란을 대비한 온라인 개학

공간 분산은 서버를 여러 곳에 설치해 트래픽을 분산시키고 접속 거리를 최소화함으로써 인터넷에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과 응답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한 서버에 집중하는 트래픽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시간 분산은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시간대를 분산시켜서 동시 접속자 수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시간 분산은 오프라인 강의 형태를 단순히 온라인으로 옮겨서는 불가능하다. 전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규제의 검토도 필요하다. 50분 강의를 고집하지 말고, 강의 교재 전달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간단한 설명과 '스스로 교육'의 중요함이 적용되고, 주입식 강의로부터 과제 중심의 코칭 형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들과 교사 활동을 관리·평가하는 교육관리 시스템이다. 온라인교육 도입으로 구태의연한 교육 방식이 새롭게 거듭나면 전화위복이다.

코로나19의 난국에서 온라인 개학의 성공 요건은 이해와 참여다. 가 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모두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과 상황 때문에 불편할 수 있다. 교육의 질 저하도 우려된다. 학생과 교수가 시행 초기의 부작용 및 불편을 감수하고 개선을 위해 상호 노력하면 조속한 안정화가 가능하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8>통신대란을 대비한 온라인 개학

통신 인프라, 콘텐츠, 교육방법론, 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우리의 온라인 교육이 성공하면 훌륭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고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블루오션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와중에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총선이나 정치에 얽어매는 어이없는 일이 있어 안타깝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한 단계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생, 교사, 부모, 정부가 힘을 모을 때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