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가 속한 리서치 회사는 서베이 자료와 타사 빅데이터를 매칭하는 합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SK텔레콤·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2만8000명 소비자에게 지역 관광자원개발 조사에 응답하게 하고, 응답자 휴대폰 번호를 중심으로 각사 통신·금융 정보 일부와 매칭하는 것에 동의를 얻고 실제 이를 실행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스몰(서베이)데이터와 빅데이터 매칭을 실현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스몰데이터를 보면서는 빅데이터, 빅데이터를 보면서는 스몰데이터를 각자 아쉬워하며 이를 상호 보완해서 쓸 것을 제안해 왔다. 스몰데이터와 빅데이터는 각자 장단점이 있다. 스몰데이터는 직접 소비자에게 질문해서 나온 것으로, 기업·경쟁자·시장에 대해 정밀하지는 않아도 폭넓은 정보를 준다. 반면에 빅데이터는 자신에 대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안기지만 시장 전체는 물론 경쟁자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 주지 못한다. 자기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려 주지만 '왜, 어떻게, 그래서'는 알 수 없다. 혹자는 이를 보고 빅데이터에는 영혼이 없다고 한다.
소비자 동의를 얻어 스몰데이터와 빅데이터를 개인 수준으로 매칭하고, 이를 근거로 '스마트데이터'를 만들어 문제를 풀려는 생각은 매력을 끈다. 이 접근법에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예상할 수 있는 대표 변화를 빅데이터 보유 기업, 빅데이터 플랫폼, 개인 데이터경제 등 세 측면에서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빅데이터 보유 기업 측면에서 동의 기반의 데이터 매칭은 빅데이터의 가장 심각한 약점으로 알려진 데이터 품질 문제를 혁신 형태로 해결해 줄 것이다. 스몰+빅 데이터 융·복합 분석은 단시간 안에 정확하고, 활용 가능하고, 유용한 스마트데이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스몰데이터를 종속 변수로 한 연관 분석은 스마트데이터를 쉽게 만들어 준다. 이를 기계학습 등을 통해 전체 사례에 적용하면 전수 조사를 한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깜짝 놀랄 정도로 업그레이드 돼 시간과 비용이 대폭 절감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초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빅데이터에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고, 영혼은 수익성을 끌어들일 것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측면에서는 현재 여러 건의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가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보유 기관조차 유지·관리하기 어려운 여러 빅데이터를 한데 엮어 새로운 성과로 엮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매칭데이터는 개별 빅데이터의 효율화를 넘어 빅데이터 간 긴밀한 연결과 활용을 촉진할 것이다. 플랫폼 내에 공통 사용이 가능한 대규모 스마트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연결고리로 삼는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플랫폼 내 빅데이터 각각의 품질 문제 해결을 도울 뿐만 아니라 '스마트데이터 허브'로 발전, 데이터 간 긴밀한 연결을 촉진할 것이다. 이 허브를 통하면 다양한 데이터 융·복합이 용이해지고 활용성이 폭증, 플랫폼 사업의 목적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
본인 정보 거래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 정보의 자기결정권이 행사되는 데이터경제 시대로의 진입을 이끌 것이다. 스몰데이터와 빅데이터를 연결하는 과정 자체가 사실상의 본인 정보 거래다. 리서치 회사가 소비자 패널을 모집하고, 조사 응답을 수집하고, 다른 자료와 매칭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고, 이를 실제 활용하고, 이 절차 단계마다 보상해 준다고 하면 이것 자체가 본인 정보 거래 사업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본인 정보 활용 지원(MyData) 사업에 경제성 보상 체계까지 더해진 상태를 이미 시작한 것과 같다.
빅데이터 플랫폼 내에 '스마트데이터 허브'가 자리 잡고, 그 안에 '본인정보 거래기능'이 들어간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개인-빅데이터-클라우드가 한 몸이 되고, 데이터 산업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영혼뿐만 아니라 심혈관이 있는 유기체가 될 것이다.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의 개인 동의 기반 결합은 극히 단순한 접근이지만 한 시대를 열 정도의 큰 사건이 될 것이다.
김진국 컨슈머인사이트 대표 kimjk@consumerinsigh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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