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산업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그리고 새로운 디지털 보험회사까지 등장해 전체 보험시장 지각변동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우선 생명보험 업계에는 새로운 플레이어 진입이 확정적이다. 오랜 기간 견고하게 유지됐던 빅3 아성을 위협하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회사 2곳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온라인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미니보험까지 사이버마케팅(CM) 채널 강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자의 비대면 서비스 요구가 늘면서 업무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미 캐롯손해보험이라는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기존 보험회사가 팔지 않던 새로운 상품으로 경쟁에 나섰다. 또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가 준비 중인 제2의 디지털 보험회사가 연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시장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합병에 나선 금융지주, 생보사 '빅3' 아성 위협
생명보험업계 최대 화두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빅3 생보사를 위협하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탄생 가능성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자사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 통합을 선언했다. 통합은 내년 7월이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지 3년 만에 합병이 이뤄진 것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생보사 중 총자산 규모 6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업계 총자산 규모 8위인 오렌지라이프가 더해진다면 오랜 기간 유지된 빅3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 총자산 규모는 △삼성생명(287조3579억원) △한화생명(121조7568억원) △교보생명(107조8935억원), NH농협생명(64조8154억원) 순이다. 하지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하면 NH농협생명을 제치고 단숨에 4위(68조498억원)에 오른다. 3위를 위협할 사정권에 등극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실적을 보면 이들이 합병할 경우 시너지는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이익을 보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할 경우 △삼성생명(8338억원) △교보생명(5212억원)에 이은 3위(3954억원) 자리에 올라선다.
시너지도 기대할 만 하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텔레마케팅(TM) 채널과 보험설계사 채널, 건강보험과 변액보험 등 판매 채널과 주력 판매 상품에서 각각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양사가 통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금융지주도 푸르덴셜생명의 유력 인수자로 꼽힌다. 실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푸르덴셜생명 인수 관련 “보험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고 여전히 괜찮은 비즈니스라고 본다”면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KB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9조8295억원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단숨에 중위권 보험사로 거듭날 수 있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성을 가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순이익은 라이나생명(3560억원)에 이어 업계 5위(1549억원)로 껑충 뛰어오른다.
◇업황 악화에 잠재적 추가 매물 상존
업황 악화에 신음하던 보험사들이 줄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KDB산업은행은 여전히 KDB생명 새 주인 찾기에 여념이 없다. 산은은 지난해 9월 KDB생명의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뒤 예비입찰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푸르덴셜생명이 시장에 나오면서 보험회사 M&A를 하려는 플레이어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기도 했다. 실제 산은은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을 마무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고 했지만, 예비입찰에 사모펀드(PER) 두세 곳만 참여한 상황이다. 다만 시장은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이 마무리된 만큼 KDB생명 매각 작업도 다시금 탄력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비교적 우량 회사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이 시장에 나오면서 KDB생명이 다소 관심 밖으로 멀어졌던 건 사실”이라면서 “다만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이 마무리된 만큼 보험사를 인수하려는 인수자 관심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역시 잠재적인 매물로 꾸준히 거론된다. 당초 중국의 금융감독 당국인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단은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해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추진한 상황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언제나 팔릴 가능성이 큰 회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회계기준 강화로 향후 자본을 쌓기 어려운 중·소형 보험사들이 추가 매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체질개선을 실시하고 최근 대주주가 바뀐 MG손해보험을 비롯해 추가 매물도 여전히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미뤄지고 있지만 보험회사 자본확충 부담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면서 “당국이 보험사 자본확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큰 영향이 없어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