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피엔스 시대]4년 전 '알파고 혁명'…IT·의료·예술로 들불처럼 번지다

딥러닝, 안면·동작 등 영상인식 가속
버트, 언어 처리로 소설 창작도 가능
반도체 '폰 노이만 구조' 초월 과제
삼성·인텔·구글 등 개발 뛰어들어

솔트룩스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낸 가상인간, 메쉬코리아의 인공지능(AI) 배차, 마이다스인의 AI 역량검사 개발, 고영테크놀로지의 뇌수술보조로봇 등은 AI가 접목돼 우리 일상을 바꾼 사례다. 'AI 사피엔스 시대' 1부는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온 AI 활용 사례를 체험하고 탐방했다. 2부는 활용 사례를 관통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AI 기술은 빅데이터, 기계학습, 음성인식, 언어처리, 시각인지, 양자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한 융합기술이다. 기술은 이제 인간 인식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곳에 도전하고 있다.

◇인간을 넘어선 AI

2016년 3월 '가로 45㎝, 세로 42㎝' 반상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구글이 인수한 스타트업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최정상급 바둑기사 이세돌에게 다섯 번 겨뤄 예상을 깨고 4승 1패를 거둔 것이다.

창의적이고 빠른 두뇌 회전을 요구하는 게임에서 인간을 무너뜨린 장본인은 바로 딥러닝이다. 딥러닝을 사람의 사고방식을 컴퓨터에 가르치는 기계학습의 한 분야다. 대량 데이터와 복잡한 자료 속에서 핵심 내용과 기능을 요약하는 작업을 시도해 이뤄낸 결과다.

초기만 해도 딥러닝은 고양이를 알아보는 단순한 작업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2012년 스탠퍼드대 앤드루 응과 구글이 함께한 딥러닝 프로젝트에서 유튜브에 올려진 비디오를 보고 고양이를 인식하는 데 그쳤다. 지금은 신경망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컴퓨터비전,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음성·신호 처리 등 분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대표 분야가 영상인식 분야다. 영상인식 분야에서는 안면인식은 물론 사람 동작을 포착해 행동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생성적대립신경망(GAN)을 이용하면 실재하지 않는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GAN은 생성모델과 판별모델이 경쟁하면서 실제와 가까운 이미지, 동영상, 음성 등을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기계학습 방식 중 하나다. 정교한 위조품을 만들거나 미술 창작까지 가능하다.

이승호 한국기술교육대 융합학과 교수는 “의료분야에서 컴퓨터비전은 엑스레이(X레이), 단층촬영(CT), 초음파 영상을 판독해 암덩어리를 검출하는 기술에 이를 만큼 기술 수준이 올라왔다”면서 “인간을 본 떴지만 인간이 볼 수 없는 영역까지 들여다 본다”고 말했다.

◇AI, 소설·가짜뉴스를 만든다

언어처리도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다. 2018년 1월 버트(BERT) 알고리즘이 공개됐다. 언어는 국가와 지역마다 서로 달라 장벽이 높았다. 이를 해소한 것이 구글 브레인이 개발한 '트랜스포머'라고 불리는 버트다. 버트는 새로운 형태의 신경망을 기반으로 검색기능을 향상시킨 알고리즘이다. 통계를 활용해 다음 언어를 추론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구글이 버트를 공개하면서 MS, 페이스북, KAIST 등은 이를 진화시킨 제품을 내놓고 있다.

김경철 한국산업기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버트 외에도 언어처리 분야는 다양한 알고리즘 기술이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AI가 기존 패턴을 모방해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소설 창작이나 뉴스를 새롭게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폰 노이만 구조를 깨라

하드웨어서도 AI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병렬처리 가능한 그래픽프로세서(GPU)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간 컴퓨터와 반도체는 주기억 장치, 중앙 처리 장치, 입출력 장치의 전형적인 3단계 구조로 이뤄졌다. 이른바 폰 노이만 구조다. 이를 깨는 것이 반도체 분야 과제가 됐다. GPU가 빅데이터 병렬 처리 연산에 사용되지만 AI 진화를 위해서는 진화된 반도체와 컴퓨팅이 나와야 한다.

이승민 ETRI 박사는 “폰 노이만 구조를 깨기 위해 삼성전자·인텔 등 반도체 업체는 물론 구글, 아마존 등 서비스 업체가 뛰어들었다”면서 “수년 내 배터리 시장을 3~5개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듯 소수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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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