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예술 작품과 같은 갖가지 요소를 처음, 혹은 독창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사람이 진화하면서 가진 능력 중 특수한 분야로 분류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창작 영역도 점차 침범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림이나 음악, 소설과 같은 예술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5년 디지털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인 '딥드림'을 공개, 이목을 끌었다. 딥드림은 심층신경망 기술을 활용한다. 수많은 이미지에서 특징을 추출하고 재구성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AI 창작 그림이 거액에 팔리기도 했다. 2018년 10월 AI가 그린 작품 '에드몬드 드 벨라미'가 약 5억원에 팔렸다.
AI를 활용한 창작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쓰인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적대적 생성 신경망'(GAN)이다. 구글 소속 이언 굿펠로 박사가 2014년 발표한 GAN은 특수한 방식으로 결과물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두 가지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우선 생성 신경망(Generator Network)이 학습과 모방으로 창작 연습에 나서면, 감별 신경망(Discriminator Network)이 이를 진짜와 비교하는 식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진다.
모든 창작에 GAN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음악은 그림과 달리 '시간' 요소가 들어간다. 노래가 유지되는 몇 분 동안 곡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구글의 '뮤직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이 등장하기도 했다. 뮤직 트랜스포머는 당초 자동번역에 쓰인 알고리즘인데, 음악 멜로디나 문장이 '시계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국내에서도 창작지능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해 KAIST이나 GIST를 비롯한 대학과 일부 스타트업 연구가 주를 이룬다.
홍승훈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그림 창작 분야에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사람의 주관을 더해 AI가 내놓는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조건부 생성모델'을 연구했다. AI가 사전에 밑그림을 그려내면 이용자가 여기에 추가 지시를 내려 결과물을 고도화하는 방법론을 연구했다.
음악 관련 창작지능 연구에서는 안창욱 GIST 교수가 AI 작곡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남주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곡을 사람처럼 표현해내는 연구에 힘쓴다. 음악 템포나 세기를 조절해 사람과 같은 감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예술 분야 밖에서 AI를 활용한 창작을 이루려는 시도도 있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AI를 활용해 공학설계를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현재는 GAN을 설계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연구와 발전과는 별개로 이들 성과를 실제 예술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연구자 사이에서도 쉽게 결론을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단계로는 예술성을 논하기 어렵다.
홍승훈 교수는 “AI 성과를 예술품으로 인정하느냐 여부는 열린 문제로 사실상 정답이 없다”면서 “AI가 기존예술 틀을 깨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가 예술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우리나라도 관련 연구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호 교수는 “사실 인간의 미적 능력은 학습 결과물로 볼 수 있다”면서 “AI가 창작을 못할 이유는 없고, 이에 따라 중요도가 커지는 만큼 우리나라도 관련 연구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