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칸필터가 7일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에 한번 설치하면 별도로 유지보수가 필요없는 반영구 미세먼지 저감 장치를 설치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국책과제에도 선정, LA 인근 글로벌 식당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굵직한 고객을 기반으로 올해 국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칸필터(대표 한대곤)는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고급 빌딩에 주력 제품인 KRAF(Khanfilter Regenerrative Air Filter)를 설치 완료했다. 2016년 회사 설립 이후 초고층 빌딩을 고객사로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RAF는 세라믹 필터를 이용해 대규모의 미세먼지를 포집하는 장치다. 칸필터는 미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레스토랑 공기오염 규제 적용을 위한 미세먼지 필터 기술 성능사업'에서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탄생한 회사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식당의 미세먼지와 기름 성분 등을 제거하기 위한 필터 솔루션으로 개발되면서 주요 타깃도 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 사례를 포함해 총 4곳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앞서 3군데는 프랜차이즈 식당에 공급됐다. 칸필터의 KRAF는 음식점이 영업하지 않는 밤과 새벽 시간에 촉매와 미세먼지를 반응시켜 이들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분해해 배출한다. 기존 산업용 필터의 주된 방식은 전지집진 형태이다. 작동 과정에서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집전판을 일주일 주기로 세척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KRAF는 한번 설치하면 필터 교체를 하지 않아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 10년 이상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미국에서도 이같은 기술경쟁력을 높이 평가받아 국책과제로 선정됐다.
한 대표는 “미 정부 국책과제에 총 20여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우리 회사를 제외하고는 다 미국 현지 업체들이었다”며 “칸필터가 최종 성능 평가를 통과한 6개 업체에 선정되면서 앞으로 미 정부의 규제 적용 대상 식당에 추천 솔루션으로 공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뉴욕에서도 식당을 대상으로 한 미세먼지 저감 규제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텍사스주도 준비 중이다. 칸필터는 이를 계기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현지에서 영업을 시작해 일본, 중국, 프랑스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국제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다만 설립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준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의 저변을 넓히진 못했다. 회사는 이번 초고층 빌딩 공급 사례를 기반으로 국내 고급 빌딩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동시에 노려볼 방침이다.
한 대표는 “이번에 장비를 설치한 빌딩을 관리하는 회사가 전세계 고급빌딩을 관리하고 있어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등지의 고급빌딩에도 영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에서도 수요가 있어 적용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LG화학에서 세라믹 분야를 연구했던 엔지니어 출신이다. LG화학에서 세라믹필터 사업을 정리하면서 한 대표가 직접 기술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아 그간의 연구물을 LG화학에서 이관받아 창업의 길로 나섰다.
칸필터는 두번째 창업이다. 첫번째 창업은 디젤 자동차의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국산화해 크게 주목받았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엑시트했고, 이어 칸필터를 설립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한 대표는 “모든 디젤 자동차가 매연저감장치(DPF)를 부착하고 있듯이, 5년 정도 뒤에는 글로벌 모든 식당에 우리의 기술을 기반으로 미세먼지 저감 필터를 설치하는 풍경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