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망 상호접속 제도가 정식 도입된 시점은 2004년 7월이다. 옛 정보통신부는 초고속인터넷을 부가통신역무에서 기간통신역무로 변경하고 강력한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상호접속이 공정하지 않으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공정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옛 정통부는 2004년 말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상호접속 의무화, 대형 통신사(ISP) 라우팅 정보 공개 등 조치를 단행했다.
2016년 1월 1일에는 동일 계위 간 상호정산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상호접속고시가 시행됐다. 1계위 상호 간에도 접속료를 정산하도록 의무화한 게 골자다. 요율도 회선연동용량별(Gbps) 체계에서 데이터트래픽(TB) 기반으로 변경했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위 평가와 정산 방식이다. 국내에선 통신망 규모와 가입자 수, 트래픽 교환비율을 기준으로 계위를 평가한다. 1계위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다. 나머지 계위는 상대 평가한다. 계위가 작은 쪽이 망 외부효과에 따른 이익을 보기 때문에 중계접속은 하위 계위가 상위 계위에 일방 정산하는 구조다.
과거에는 통신사가 마음대로 계위를 정했지만 지금은 표준인터넷접속조건을 통해 정확한 계위 평가가 가능하다. 이는 하위 계위 사업자가 상위 계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로, 망 투자 유인이 된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 제도는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갈등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료 제도는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 명확한 기준에 따른 공정한 접속 규칙이다. 네트워크 투자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합리적 장치로 볼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접속료를 대폭 인하하면서도 제도 틀을 유지하려는 이유다.
이 같은 명분에도 CP는 인터넷망 상호접속료 제도에 회의적 입장이다. 접속료 증가가 망 이용대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018년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사태를 계기로 CP 반발이 증폭됐다.
반면에 통신사는 접속료가 망 이용대가를 증가시키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다며 망 유지비용 분담을 위해 인터넷망 상호접속료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논란을 배제하고 통신사,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과 2020~2021년 인터넷상호접속료 요율 협상을 마무리했다. 통신사의 전격 양보를 유도해, 역대 최대 폭인 30% 인하 방안을 마련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