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치돼 온 학내망이 오는 9일 시작하는 '온라인 개학'의 취약점으로 떠올랐다. 학교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교사의 원격수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수행평가와 직결된 실시간 양방향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학내망을 신속히 점검할 시스템은 물론 문제 발생 시 해결할 전산 전문가가 있는 학교도 거의 없어 우려는 더해졌다.
7일 업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가 교실에서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하다가 학교 네트워크 문제로 수업이 중단되더라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양방향 수업은 수행평가가 가능하고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교사가 영상회의 플랫폼의 어려움 때문에 당장은 일방향 원격수업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온라인 등교가 지속되면 실시간 양방향 수업은 필수가 된다. 교육부가 수행평가와 학생부 기재는 교사가 직접 관찰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원칙을 제시한 만큼 등교수업이 불가능하다면 평가를 위해서라도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네트워크가 실시간 원격수업을 뒷받침해 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학내망 개선 사업을 한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 교내에서는 100Mbps 속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들이 동시 접속해서 학생들과 대용량 콘텐츠를 주고받는 실시간 수업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한 고등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어려움에 부닥쳤다. 교사 30여명이 모여서 테스트했지만 버퍼링 문제가 발생, 양방향 수업을 포기하고 EBS 등을 활용한 수업을 하기로 했다.
태블릿 등을 수업에 활용하려고 와이파이를 쓰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대부분 학교가 층마다 복도에 한 개씩 무선 액세스포인트(AP)를 설치해서 여러 교실이 와이파이를 공유하고 있어 한순간 학내망 먹통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디에서 장애가 발생했는지 파악조차 못하는 경우다. 학내 와이파이는 통신사업자가 학교 담장에까지 유선망 '스쿨넷'을 제공하면 방화벽을 거쳐 학내망을 타고 AP로 연결되는 구조다. 문제가 일어나도 학교 내에 전산 전문가가 없어 원인 파악하기은 어려운 현실이다.
그동안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네트워크 전담 직원이 거의 없어서 교사가 전산부장을 번갈아 가며 맡아 왔다. 순환제로 운영되면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학내망 관리는 방치되다시피 했다. 각 교육청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등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지만 올해는 계획 정도를 세우는 수준이다.
교육 당국과 학교는 9일 첫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e학습터·EBS 등 콘텐츠 관련 서버와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데이터 요금을 점검하고 있다. 교사에게는 수업 운영부터 출결이나 평가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했다. 실시간 양방향 수업 플랫폼 이용 방법까지 상세하게 안내했다. 그러나 교사가 수업할 때 접속하는 학내망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학내망 문제가 오래된 만큼 이번 기회에 전반에 걸친 점검과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는 “온라인 개학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학내망 용량과 운영관리체계에 대한 시급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