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관악갑 김대호 제명키로…김종인 "타 후보들에 영향, 단호 처벌"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은 8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고 잇달아 막말 논란을 일으킨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를 제명하기로 했다. 후보자의 말 실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지도부가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김 후보는 당의 결정에 반발하며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 윤리위는 이날 “선거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다”며 김 후보 제명을 의결했다. 제명은 당 윤리위의 최고 수위 징계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서울 선대위 회의에서 “60~70대에 끼어있는 50대들의 문제의식에는 논리가 있다. 그런데 30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말해 '세대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당 윤리위는 이 발언에 대해 '엄중 경고' 했다.

김 후보는 이튿날 지역 방송국 토론회에서 '관악 지역의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을 묻는 질문에 “장애인들은 다양한데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말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이어 “원칙은 모든 시설은 다목적 시설이 돼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사용하는 시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김 후보는 페이스북에 “노인 폄하는커녕 노인 공경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리위는 이틀 연속 김 후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제명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판세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지역구 하나를 포기하는 차원에서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게 말이다”라며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후보가) 첫날 말실수를 해서 그걸 한번 참고 보자 생각했는데 그 다음 날 또 똑같은 말실수를 했다”며 “그것이 다른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본인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는데 저희는 불가피하게 김 후보를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제명 징계에 반발하며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사태를 빚어 송구스럽다”면서도 “절차에 따라 윤리위 결정에 대해 10일 이내 재심청구를 하고 가처분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법적으로 완주할 수 있고 완주하려고 한다. 저는 여전히 기호 2번 통합당 후보”라며 “당의 결정이 이해는 가지만 심히 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 발언이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해 제명 조치하면 통합당은 장애인 비하 시비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며 “형평에 한참 어긋난 중징계를 내린다면 통합당 지지율 반등은 커녕 오히려 추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 제명은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당에서 제명되면 김 후보는 당적 이탈을 이유로 무효가 돼 통합당은 관악갑에 후보를 내지 않는 모양이 된다. 이렇게 되면 관악갑은 유기홍 민주당 후보와 김성식 무소속 후보가 양자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