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고의적으로 신고·제출하는 대기업집단 관련 자료가 누락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할 경우 고발하기로 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고발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이같은 고발지침을 구체화했지만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도 있다.
9일 공정위는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을 마련해 오는 29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 등으로 한정했다.
앞으로 신고의무를 인지하고도 고의적으로 본인 소유 회사를 숨겨 대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지정에서 누락한 경우 검찰에 고발 조치된다.
특히 공정위는 고의성에 주목했다. 위반행위가 계획적으로 실행되거나 자료 허위·누락 사실을 보고 받고 승인·묵인하는 등 인식 가능성이 '현저'하면 무조건 고발한다.
반면, 본인 소유 회사를 신고에 누락했던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고의성이 없고,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고발을 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새 지침에서 행위자의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을 바탕으로 고발 기준을 구체화했다.
인식 가능성은 행위 당시 행위자의 인식 여부, 행위의 내용·정황 등에 따라 인지한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만일 계획적으로 자신과 친족의 계열사를 누락한 경우와 제출자료에 허위 또는 누락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묵인할 경우 인식가능성이 '현저'하다고 본다. 총수 본인이 대부분 지분을 소유해 인식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
사안의 중대성은 행위가 미신고 행위의 결과가 잣대가 된다. 자산총액이 대기업집단이 일부 자료 누락해 지정을 피한 경우 등에 따라 중대성의 수준이 '현저', '상당' 등으로 결정된다.
다만, 공정위는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이 현저하지 않더라도 자진신고 여부, 기업집단 소속 여부 등을 고려해 사안에 따라 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위자의 의무위반 자진신고 여부, 공시대상기업집단 해당 여부, 자료제출 경험의 정도, 조사에의 협조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한다.
공정위는 29일 까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같은 조치는 공정위는 그간 임의로 형사고발 또는 경고 조치를 내려왔지만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공정위는 2015년 계열사 현황 자료를 제출하며 자신의 회사를 포함한 총 20개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했다며 이해진 네이버 GIO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 GIO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가 '법적근거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내린 '고발조치'가 기업에 생채기를 입힌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뒤늦게 고발지침을 구체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