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연구현장을 가다]기계연 환경기계연구실 '이동형 음압기 성능평가'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 연구원들이 이동형 음압기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 연구원들이 이동형 음압기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방역에 사용되고 있는 이동형 음압기는 성능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제품들입니다. 국민 안전을 위해 하루빨리 평가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에서는 이동형 음압기 성능 테스트가 한창이다. 한 쪽 끝에서 불어온 바람이 이동형 음압기를 거치면 연구원들이 컴퓨터에 기록된 그래프를 보며 성능을 체크한다.

이동형 음압기는 견고한 금고 형태로 전면에서 실내 공기를 빨아드린 뒤 후면 헤파필터를 통해 정화된 공기를 외부로 내보낸다.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중요 장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의료 현장에 많은 이동형 음압기가 보급됐다. 하지만 그 성능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인증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인데 상황이 시급하다 보니 일단 필요한 대로 보급이 이뤄졌다.

한방우 환경기계연구실장은 “현재 판매·보급된 이동형 음압기의 상당수가 실제 성능 검증이 안 된 것”이라며 “헤파필터 단품에 대한 성능만 제시해 놓았을 뿐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정화 효과가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제품에 결함이 생겨 필터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그대로 외부에 노출될 수도 있다. 관련 업체들도 평가 기준 자체가 없다 보니 우수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기술력과 성능에 대한 인증을 받을 길이 없다.

환경기계연구실은 이에 따라 지난달 바이오클린룸 관계사들과 함께 이동형 음압기 성능평가를 위한 규격 마련에 착수했다. 바이러스 유출 없이 풍량 확보가 되는지, 환기율은 어떤지 등을 시간당 6회 이상 확인하며 기준치를 만들고 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제품에 대한 성능평가 기준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다만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연구원 모두가 최대한 빨리 작업을 마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한 실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동형 음압기 성능평가 기준이 빨리 만들어져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자체 기술을 인증받고 싶어 하는 업체 요구도 빗발치고 있어 한 달 내 기준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