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R&D 54조원 투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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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4조원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글로벌 기업 평균인 3%를 넘어섰다.

1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R&D 비용을 공시한 208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R&D 투자액이 총 53조4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49조5924억원보다 3조8606억원(7.8%)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매출은 1723조4126억원에서 1709조7447억원으로 0.8%, 영업이익은 146조2001억원에서 86조6689억원으로 40.7% 각각 감소했다.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88%에서 3.13%로 0.25%포인트 상승, 3%를 넘어섰다.

기업별로는 셀트리온이 매출 1조1285억원 중 26.9%(3031억원)을 투자해 500대 기업 중 R&D 비중이 가장 높았다. 네이버와 넷마블도 각각 26.0%, 21.1%로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 2~3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한미약품(18.8%), 엔씨소프트(18.2%), 한화시스템(16.7%), 카카오(15.2%), 대웅제약(14.0%), 종근당(12.8%), SK하이닉스(11.8%) 등이 매출액 대비 R&D 비중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개 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녹십자도 11.0%로 10%를 넘었고, 재계 1위 삼성전자는 8.8%(15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제약업종이 13.8%로 유일하게 10%를 넘겼고, IT·전기전자(8.1%), 서비스(7.3%), 자동차·부품(3.0%), 조선·기계·설비(2.6%)가 뒤를 이었다. 생활용품(1.8%) 및 통신(1.3%)은 1%대였고 공기업·석유화학(각 0.8%), 건설 및 건자재·철강(각 0.7%), 식음료(0.6%), 운송·기타(각 0.3%), 유통·상사(각 0.1%), 에너지(0.04%) 등은 1% 미만이었다.

R&D 투자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삼성전자였다. 작년 총 20조2076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1조5456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어 LG전자(4조344억원), SK하이닉스(3조1885억원), 현대자동차(3조389억원), LG디스플레이(1조7763억원), 기아자동차(1조7682억원), 네이버(1조7122억원), LG화학(1조1310억원) 등이 1조원 이상 투자했다.

반면 서울도시가스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27억원, 13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투자액이 전무했다. 팜스코(1억1800만원), 코오롱글로벌(1억4100만원), 대림코퍼레이션(2억6900만원), 팜스토리(5억9500만 원), 대창(7억4100만원), 아이마켓코리아(8억원), 현대그린푸드(8억4600만원), 금호산업(9억1700만원), 유진기업(9억2300만원) 등은 10억원이 채 안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