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아시아나 인수 포기 시 계약금 날리나...관건은 MAC 해석 여부

HDC, 아시아나 인수 포기 시 계약금 날리나...관건은 MAC 해석 여부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 백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약할 때보다 항공산업이 침체됐고 회복 시점마저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HDC그룹이 '중대한 부정적인 변경조항(MAC)' 조항을 근거로 내세워 계약 해제를 주장할 수 있으나 현실화될 경우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간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르면 양측은 '중대한 부정적인 변경조항(MAC)'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MAC 조항은 기업 간 인수합병(M&A) 계약 시 매수인이 예상하지 못한 변화 시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 넣어두는 안전장치다. 매도인과 협의해 MAC 조항에 대한 정의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은 MAC 조항을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의 사업, 자산, 부채, 기업가치, 재무상태 또는 영업상태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 또는 변경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일체의 사건, 사유, 사정 등'으로 정의했다.

이 경우 양측 모두 책임 소지가 없어 HDC그룹이 계약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매도인은 서면 통지를 받은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계약금과 발생이자를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양측이 MAC 정의 시 천재지변을 제외했기에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금호그룹이 코로나19가 천재지변이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가 계약금으로 지급한 2010억원과 490억원, 총 2500억원을 날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법적으로 감염병에 속하는 코로나19는 '사회재난'이다. 재난안전법 제3조 제1호가 근거다. 다만 코로나19의 불가항력을 고려할 때 넓은 의미에서 천재지변으로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

국내외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MAC 조항을 근거로 한 계약 해제는 쉽지 않다. 법원이 MAC 조항을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계약 해제를 인정한 판례도 극히 드물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독일 제약회사 프레세니우스 카비 AG의 미국 제약회사 '아콘' 인수 계약 해제를 인정한 정도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정 공방이 시작되면 최종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법원 판단에 맡기기보다 양측이 협의를 통해 원하는 수준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금호그룹,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는 대출금 만기 상환 연장, 금리 인하 등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86.69%다. 코로나19로 1분기 말 재무상태는 더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성은 악화됐으나 고정비 지출은 지속돼 부담이다. 항공기 운용리스료만 연간 5000억원 수준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