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칼국수, 밤에는 일식바…진화하는 공유식당

임대료 등 분담해 리스크 최소화

한 점포가 낮과 밤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사용되는 NND 나누다키친 공유식당
한 점포가 낮과 밤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사용되는 NND 나누다키친 공유식당

점포 하나를 시간 별로 두 식당이 나눠 쓰는 '공유식당'이 진화 중이다. 단순히 치킨집·호프집 낮 시간 점포를 빌려 운영하던 한식뷔페 수준에서 벗어나, 낮과 밤이 180도 달라지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인테리어·간판·동선 모두 양면 활용이 가능한 방식을 도입해 완전히 다른 두 식당을 한 장소에 꾸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공유주방 매칭 플랫폼 위대한상사는 이 같은 개념을 도입한 'NND 나누다키친 공유식당'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오는 5월 강남지역에 2·3호점을 내고 연내 5호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1호점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국 인허가 데이터 △국민연금 가입 사업장 내역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 데이터 △KB카드 매출 데이터 등을 종합한 상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상권 특징에 맞는 브랜드 및 메뉴를 도입한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간 나누다키친이 점심형 공유주방 운영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접목했다.

공유식당 1호점은 낮에는 칼국수와 만두를 파는 '대우식당'이지만 오후 5시가 되면 일식과 양주를 파는 바 '모그'로 변한다. 밝았던 조명이 은은한 오렌지 빛으로 바뀌고 벽면 장치를 조작하면 양주병이 디스플레이된 선반이 등장한다.

두 브랜드 모두 공유식당에 최적화된 형태로 나누다키친이 직접 개발한 상품이다. 직장인 '점심장사'는 물론 퇴근 후 데이트 수요까지 흡수해 오전부터 새벽까지 꾸준한 매출이 이어진다. 여기에 배달형 브랜드까지 추가할 수 있어 한 점포에서 최대 3개 브랜드 동시 운영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주방을 바 형태로 구성하고 입구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동선 및 필요 인력을 최소화한 형태로 설계했다. 1개 점포에 드는 임대료로 3개 점포 운영이 가능한 셈이다.

1호점은 나누다키친 임직원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자 테스트베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계절과 시기에 맞춰 나누다키친이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를 시험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여름이 되면 칼국수 대신 새로운 밀면 브랜드를 투입해 시장 반응을 살필 계획이다. 4월부터 나누다키친이 새롭게 선보인 공유주방 창업 매칭 플랫폼도 고도화해 시너지를 낸다. 나누다키친 브랜드 외 예비창업자가 직접 만든 브랜드 혹은 타사 브랜드도 입점 가능하도록 준비를 진행 중이다.

공유식당 직영점은 향후 예비창업자들이 들어와 사업 역량을 쌓는 '구독형 창업 서비스' 플랫폼 역할도 한다. 창업에 드는 비용과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직접 사업 운영을 겪어 보는 '요식업 창업 사관학교' 역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소위 '프리(Pre) 창업' 영역을 새로 구축해 자영업자 폐업률 최소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오성제 위대한상사 부사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비용 효율적인 공유식당에 대한 관심 및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며 “매장을 빠르게 확장해 'NND(나누다)'라는 간판만 보고도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