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마이크로 LED에 도전하는 기업이 더 많이 나와 산업 생태계가 강화되길 바랍니다.”
최재혁 엘씨스퀘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국나노기술원 창업 1호 기업의 주인공이다. 2008년부터 나노기술원에서 발광다이오드(LED)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전문가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 2019년 엘씨스퀘어를 창업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를 이용해 만든 디스플레이다. 저전력, 빠른 응답속도, 유연성이 뛰어난 특성 덕에 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대량 생산 벽에 막혀 있다. 디스플레이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녹·청색 빛을 내는 마이크로 LED 수천만개를 배열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LED 칩을 대량으로 들어 옮기는 '픽앤플레이스', 인쇄하듯 LED를 붙이는 '롤투롤'과 같은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엘씨스퀘어는 기존 방식과는 접근법을 달리 했다. 핵심은 레이저를 이용하는 것이다. 웨이퍼에서 성장한 마이크로 LED를 레이저로 빠르게 떼어내 임시기판(인터포저) 상에 정렬하고, 이를 다시 디스플레이 기판 위로 옮기는 작업(전사) 역시 레이저로 했다. 그 결과 과정이 단축되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공법으로는 2시간이 걸리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4K 해상도 기준) 제조를 30분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엘씨스퀘어 기술은 업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던 기술이란 평가와 함께 올해 초 CES에서 대외 첫 공개 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엘씨스퀘어는 기술의 차별성을 증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인터포저와 전사 장비를 양산할 체계를 준비 중이다. 연내 모든 체계를 갖춰 내년부터 시장에 부품과 장비를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LED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특히 엘씨스퀘어 같은 스타트업은 더욱 드물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애플도 수년간 연구개발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콩카, 리야드옵토일렉트로닉, 에피스타 등 중국과 대만 업체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삼성·LG 등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만 연구개발이 이뤄진다. 엘씨스퀘어의 도전이 반가우면서 한편으론 낯설고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최재혁 CTO는 “활발하던 국내 LED 산업이 중국발 치킨게임에 밀리면서 침체된 영향이 있다”며 “하지만 디스플레이가 LED만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기술력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업의 도전이 이어져 소재, 부품, 장비 서플라이체인과 전체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
윤건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