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데이터 이용과 개인정보 보호에 새로운 기준이 제시됐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대부분 산업에 필요한 데이터 제공·이용 근거를 명확히 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산업의 부문별 데이터는 신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꼭 필요한 자원이다.
국가 에너지 전환의 두 축은 '친환경 분산전원 확대'와 '에너지 소비 구조 혁신'이다. 두 분야 모두 데이터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요구되는 데이터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화가 시급하다.
미국은 정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했다. 에너지 사용 데이터는 '그린버튼', 태양광 에너지 관련 데이터는 '오렌지 버튼'으로 각각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마련했다.
그린버튼은 월 단위로 제공되는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를 스마트 계량기 검침 주기에 맞춰 실시간 제공하는 형태다. 소비자는 예측 가능한 소비량에 맞춰 에너지 소비를 관리할 수 있다. 사용량 데이터를 제공 받은 사업자는 효율 향상 서비스나 전용 기기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오렌지 버튼은 태양광 발전소의 투명성 제고와 적정 가격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건설·발전량·소유자 등 데이터 표준을 제정하고, 관련 소프트웨어(SW)와 애플리케이션(앱) 산업 육성을 돕는다.
데이터 유통에 관한 접근은 미국처럼 정부가 유통 기준만 제시하고 민간 사업자가 데이터를 수집·공유하거나 정부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두 형태 모두 반드시 정부가 데이터 제공자를 찾고, 인터페이스를 연결하기 위한 데이터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률 등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데이터를 활용할 준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전력 양방향 원격검침(AMI)이 보급되고 있고, 한국전력공사가 저압 수용가까지 실시간 사용량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많은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가스 AMI 실증사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열 부문은 건물·단지별로 구분돼 개별 세대 사용량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양질의 데이터를 유통해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디지털화, 데이터 표준, 앱 개발 환경 제공 등 정부의 적극 역할이 필요하다.
우선 관련 법을 개정해 에너지 데이터 수집 근거를 마련하고 수집된 데이터 공유 방안에 가이드라인을 제시,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모든 국민이 같은 편익을 제공 받을 수 있는 보편 서비스가 필요하다.
소비 부문에서는 개별 소비자 관리비 고지서를 디지털화해 실시간 사용량·예측량 등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확대되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량,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충전 상태 등 상세한 정보도 요구된다. 특히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향후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충전 차량 이용 시간 관리 및 예약제가 가능하도록 데이터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기존 데이터는 미래 이용자가 원하는 종류와 품질을 예상하지 못한 채 구축됐다. 앞으로 데이터 제공자와 이용자 간 데이터 품질 불균형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다. 데이터 경제 성공 요인은 데이터 품질 유지와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이다. 정부와 산업, 연구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에너지 산업의 부문별 데이터 개방을 촉진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발 빠르게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이상학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스마트수요관리 PD sanghaklee88@ke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