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정부가 발표한 소득 하위 70% 대신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공언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지급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제 1당을 차지한 여권 중심으로 3차 추경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지만,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재정당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16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총선 과정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긴급재난지원금 규모와 재원을 놓고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득 구분 없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면서,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을 위한 2차 추경 규모에서 3조∼4조원 증액하고 지방정부 분담금 2조원을 합해 총 13조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모든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4인 가구 200만원) 지급하겠다면서 정부의 올해 본예산 512조원 가운데 20%의 예산 조정을 통해 100조원을 확보해 총 25조원의 재원을 추가 세금 부담 없이 조달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향후 총선 직후 열리는 4월 임시국회에서 2차 추경안을 심의하면서 여야는 소득 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정부에 맞서 '전 국민'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하자는 공통된 주장을 펴면서도, 대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안 수정에 있어선 총선에서 의석수 과반을 차지한 여당의 목소리에 힘이실릴 공산이 크다. 따라서 지급대상을 100%로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 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여야 의견과 달리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들어온 돈(총수입)에서 나간 돈(총지출)을 뺀 값인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12조원 적자를 내며 재정여건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아울러 나라 곳간 사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질 재정지표인 관리재정수지도 무려 54조4000억원 적자를 냈다. 사실상 지난 1차 추경만으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치솟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1%로 악화한다.
그러나 이른바 '애프터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두고는 여야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보여 '확장 재정'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총선 과정에서 정부와 함께 코로나19 실물피해대책 32조원, 금융안정대책 100조원, 추가 보강책 20조원 등 총 150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단계적으로 발표해 온 민주당은 3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시사하며 추가 대책 마련을 예고했다. 51년만의 3차 추경편성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지출 확대로만 가고 효과는 떨어지는 정책들을 제시했는데, 선거 이후에는 정책의 효과성과 재정소요 관리 방안을 따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