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총액 10억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 '모네로(XMR)'가 결국 한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는다.
모네로는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와 인권유린 영상을 유포한 'n번방' 채널 입장료로 악용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모네로를 시작으로 다크코인 퇴출 작업이 한국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16일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이 다크코인 모네로와 버지(XVG)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모네로와 버지는 유의종목에 지정된 후 30일간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거래 지원 종료로 이어진다. 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기간내 해소될 가능성이 낮아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퇴출이다.
빗썸의 투자유의 종목 지정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네로의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빗썸 정책 중 △가상자산이 형사상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거나 기타 형사사건과 연관돼 있는 것이 명확한 경우 △기준시가 총액이 상장 시 시가총액 대비 하락하고, 그 기간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네로는 소위 '프라이버시 코인' '다크코인' 대표 코인으로 불린다.
기존 암호화폐가 거래내역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공개하는 것과 달리 암호화 기술을 통해 거래내역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약 거래나 자금 세탁, 테러자금 등 범죄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한 상황이다. 결국 국내 1위 거래소 빗썸까지 모네로 퇴출 작업에 합류하면서 국내 거래소에서는 더 이상 모네로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해 9월 모네로를 유의종목에 등록한 후 같은 달 상장폐지했다.
후오비코리아도 최근 모네로 거래를 종료했다. n번방 사건에 모네로가 연루된 것이 거래 종료 트리거가 됐다. 코인원과 고팍스는 아예 모네로를 상장하지 않았다.
모네로는 코인마캣캡 기준 14위 메이저 코인으로 '링 서명(ring signature)' '일회용 주소 생성' 등 기술력을 인정받는 프로젝트다. 사실상 한국 시장 퇴출로 암호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이낸스, 후오비글로벌, 오케이엑스 등 글로벌 대형 거래소에서는 거래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은 모네로 익명성도 중앙화된 거래소를 통하면 해결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빗썸에 상장된 모네로를 구입 또는 전송하면 거래소에 고객 정보와 거래 내역이 남는다. 익명성으로 범죄 연루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검증 받은 대형거래소를 이용하면 오히려 투명해지는 셈이다. 그동안 각국 정부나 규제당국 우려에도 불구하고 빗썸을 비롯한 글로벌 거래소들이 상장을 유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범죄 연루 등 악용 문제가 제기되자 대형 거래소들이 다크코인 퇴출이라는 강경책을 실행에 옮겼다. 특히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이 코앞인 상황에서 n번방 등 사회적 문제까지 거론된 모네로 발 이미지 추락을 막자는 전략도 숨어있다.
빗썸 관계자는 “모네로뿐만 아니라 상장된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투자자 보호, 범죄 악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장 유지 여부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범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