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피킹이라는 말이 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간 체리만 집어먹는 것처럼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에서 경제 이득이 되는 특정 요소만 골라 취하는 소비 현상을 비유하는 용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중심으로 지역사랑상품권 환불 규정을 이용한 꼼수 재테크 방안이 공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스사사)이라는 해당 카페는 호텔, 항공, 신용카드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가능한 혜택을 최대한 뽑아내 더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곳이다.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내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만든 지역사랑상품권이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2017년 발행액 3066억원, 2018년에는 3714억원 수준이던 지역사랑상품권은 2019년 발행액 4%가 국비로 지원되면서 도입하는 지자체가 급증, 2조2573억원이 발행됐다. 올해는 당초 발행 규모를 3조원으로 잡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두 배 규모인 6조원이 발행될 예정이다. 3월 기준 광역지자체 8곳, 기초지자체 215곳이 지역사랑상품권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재정 투입을 통해 생산유발액 기준 1.78배, 부가가치유발액 기준 0.76배 승수효과가 있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이 지역 내 선순환경제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재정을 통해 할인소비 쿠폰을 제공하는 형태인 지역사랑상품권의 성격 때문에 꼼수 사용과 부정 사용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도 할인된 상품권을 구입한 후 60%를 소비하고 환불하는 방법으로 애초 할인율보다 높은 이익을 보는 방법이다.
지난해에는 한 지자체에서 구매 한도 없이 사용처만 제한하는 바람에 중고차나 골드바 등 고가품 구입에 상품권이 활용돼 크게 논란되자 부랴부랴 한도가 신설되기도 했다. 지류상품권은 언제든 일명 '깡' 형태의 부정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맹점이다.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민 인식은 계속 높아 가고 있다. 각종 복지수당이나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책자금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 지역 내 소상공인을 살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점 등 긍정 측면이 부각되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상품권 발행을 지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되는 부분에 합당한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문제 관련 대안은 대개 규제로 수렴한다. 보통은 문제가 발생한 뒤에 그 창구를 봉쇄하는 방법이다. 이번에도 환불 조건을 액면가 60% 사용에서 80%로 높이는 방안이 벌써 논의되고 있다. 부정 유통 방지를 위해 지자체 단속반을 통한 적발을 강화하고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이러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정책문제에 대한 해결로 규제와 적발이 근본 해결책이 된 적은 거의 없다.
문제의 본질에 더욱 직접 접근하는 방법은 민간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류상품권이 아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상품권 배포가 답이 될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을 통해 부정 유통을 원천 방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모바일 상품권 보급률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혁신 기술을 다각도로 활용해야 한다. 소비자가 이미 활용하고 있는 앱에 메뉴 공유를 통해 별도의 전용 앱 보급 부담을 줄이고, 바코드나 지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결제서비스를 제공해 단기간에 폭넓은 가맹점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간 호환성을 높여 타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도록 할 수도 있고 신용카드와 연계해 상품권 구입과 자투리결제 서비스 제공, 멤버십·쿠폰 등 부가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기술 발달과 보급으로 이 시대의 '스마트 컨슈머'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고 해서 이를 뒤따라가 규제로 가로막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 스마트 소비자를 대하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도 스마트해져야 한다. 민간 시장에서 쓰임새를 기다리고 있는 혁신 기술은 무궁무진하다. 이제는 국가 정책도 민간의 풍부한 자원을 어떻게 체리피킹할 것인지에 관심을 보일 때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newssw1@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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