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라고 하면 중장년층은 주로 태권브이나 터미네이터를, 젊은 세대는 아이언맨을 떠올린다. 몇몇은 인간과 인공지능(AI) 바둑 대결로 유명해진 알파고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제 영화가 아닌 현존하는 로봇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점이다.
사전에서 내린 로봇의 정의는 '형태가 인간과 비슷한, 걷기도 하고 말도 하는 기계 장치'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으로 하는 기계 장치'다. 우리 주변에는 주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일상에서 접하는 서비스 로봇이 있다.
산업용 로봇은 인간 대신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3D 업종에 투입되며, 부족한 일손을 대체하기도 한다. 서비스 로봇은 생활 편의를 높이고 인간과의 정서 교류나 엔터테인먼트 등 측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인천국제공항의 친절한 안내원으로 유명한 '에어스타'도 서비스 로봇 가운데 하나다.
고령화와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여러 국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면서 로봇은 이를 해결하는 대안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라별로 국가 측면에서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로봇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4년 대우중공업에서 최초로 산업용 로봇 'NOVA-10'을 개발한 후 많은 발전을 이뤘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본격 투자로 세계 수준의 로봇 활용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 휴보(HUBO)는 우리 로봇 산업의 대표 성과다. 휴보는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발된 이후 성능을 지속 개선했다. 2015년에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추진하는 세계재난로봇경진대회(DRC)에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DRC 휴보2'로 우승을 차지하며 우리나라 로봇 기술을 세계에 알렸다. DRC는 출전하는 로봇이 1시간 이내에 미션을 가장 많이, 빠르게 수행하면 우승하는 대회다. 미션은 운전하기부터 장애물 넘기까지 다양하게 제시된다.
휴보2를 개발한 오준호 KAIST 교수는 당시 인터뷰에서 우승 비결로 소프트웨어(SW) 개선을 꼽았다. 외부 장점뿐만 아니라 이동성과 자율성, 커뮤니케이션 등 요소를 최적화하는 운용체계(OS)에도 공을 들인 것이다.
수술용 로봇도 주요 성과의 하나다. 과거에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다빈치 로봇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몇몇 기업은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실증을 거쳐 국내는 물론 해외로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분야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중장기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는 등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보급·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88년 모토로라에서 휴대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 30여년이 지난 지금 휴대폰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됐다. 로봇 역시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다만 미래에는 로봇도 휴대폰처럼 우리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에서만 보던 로봇이 우리 곁에서 인간을 도와주고 어려운 일을 대신해 주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로봇과의 상생을 위한 여러 정책도 나올 것이다. 조만간 현실이 될 '1인 1로봇 시대'에 우리나라도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이준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로봇 PD ssesera@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