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개인용컴퓨터(PC)업계에 밸류체인 붕괴 조짐이 포착됐다.
PC 완제품 공장이 있는 중국에서 부품을 못 구해 한국 본사에서 부품을 구매, 공급하는 '사급 거래'까지 등장했다. 국내 PC 업체 대부분이 중국에 생산 기지를 뒀지만 현지 부품 조달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 확대로 PC 수요가 계속 높아진 상황이어서 기업들 고심은 커지고 있다.
국내 PC 제조사 A업체는 최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국내에서 구매해 중국 생산 공장으로 공수했다. 주문이 한꺼번에 밀리는 상황에서 중국 내 부품 조달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A업체는 중국 현지에서 모든 PC와 노트북 부품을 조달해 완제품을 생산, 한국으로 들여왔다. 여느 제조업처럼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현지 업체로부터의 부품 수요·공급이 어려워졌다. 공급이 수월치 않다 보니 중국 현지 부품 가격이 국내보다 훨씬 비싸진 경우도 발생했다. 중국 내 이동도 자유롭지 않아 중국 내에서는 대체 공급처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A업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에서 부품을 중국으로 보내는 사급 거래를 실시했다.
A업체 관계자는 20일 “주문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급 사정이 나은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해 중국에 보냈다”면서 “한국에서 중국으로 부품을 보내면 양국 통관 절차 등 시간이 2배로 소요됨에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정이 언제쯤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당분간 사급 거래가 확대될 여지도 있다. 점차 중국 공장 가동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품 공급이 정상화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국 현지의 특정 부품 가격이 치솟아 한국에서 조달하는 편이 유리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사급 거래를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PC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체 부품을 구하고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객 배송을 최대한 미룰 수 있는 예약 판매를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PC 이외 다른 제조업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