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강을 계기로 교수학습법을 혁신하며 미래 교육을 앞당긴다. 온라인 강의로 교육 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하고 온라인 장점을 활용한 시도를 확산시키고 있다. 일부 대학의 성공사례지만 미래 교육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자신문이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교육 혁신 좌담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새로운 교육 시도와 성과를 언급하며 온라인 개강을 국내 대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열린 좌담회에는 박상규 중앙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황준성 숭실대 총장과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갑작스러운 온라인 개강으로 초기에 문제점도 드러났지만 국내외 협업 수업, 플립러닝(거꾸로수업), 시공간 제약 없는 수업 등 다양한 시도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이 많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온라인 개강이 국내 대학이 외국에 뒤처진 미래 교육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균관대 바이오 관련 학과는 이달부터 7월까지 2주에 한 번 미국 스탠퍼드대 한인 과학자들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한다.
성균관대 성균바이오융합과학기술원(BICS), 생명과학과, 화학공학과, 약학과, 융합생명공학과, 의학과,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수학과 등과 '스탠퍼드 K-바이오X'가 함께한다. 이달 초 첫 수업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임성원 임프리메드 대표가 참석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교수·학생들은 개인용컴퓨터(PC)나 스마트폰으로 연결,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하니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데다 모든 과정이 녹화돼 또 다른 연구를 위한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토론 시간도 길어 훨씬 더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성균관대 교육공학과는 학부 수업에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를 온라인 초빙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실시간 영상 수업을 통해 해외 교수 강의를 듣고 토론도 함께할 수 있다.
강의를 담당하는 김동호 교수는 “미국은 대학 간 거리가 멀어 온라인 강의를 통한 연구진 게스트 초대가 보편적”이라면서 “온라인 교육은 교육트렌드를 설명하기에도 정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에 대한 교수·학생 인식 개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성과다. 온라인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대학·교수 간 강의를 비교 평가할 수 있다. 자연스레 교수는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혁신한다.
중앙대는 매주 총학생회에서 학생 만족도를 조사한다. 일부 단과대학은 만족도가 80%에 이를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은 단과대학도 있다. 강의별 장단점에 대한 의견 표시도 명확하다.
중앙대는 성과와 과제를 바탕으로 장기 교육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빠른 피드백, 학생 평가 등 온라인 수업 발전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는 학생 의견을 먼저 수용해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총학생회가 교육의 질만 보장된다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싶다면서 앞서 요청했다. 이는 온라인 수업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아 보충강의(보강)가 수월한 데다 학생 측면에서는 자기주도 학습을 시도하는 계기가 됐다.
향후에는 온라인으로 먼저 지식을 전달하고, 오프라인 수업에서 토론하는 형태의 융합형 수업을 마련할 방침이다.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창의력(Creativity), 소통(Communication), 사고력(Critical Thinking), 협력(Collaboration) 등 4C 역량으로 가는 교육으로 가기 위해 온·오프라인 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라인 개강으로 관련 인프라가 마련돼 교육 혁신을 위한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학의 미래 교육 준비를 적극 지원한다. 최은옥 교육부 실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활용한 교육 질 개선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면서 “대학의 혁신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