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활동에서 비대면화가 확산하면서 선택 폭이 넓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교육은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교습자로부터 정해진 과정을 전달받는 방식이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으로 장소, 교습자, 과정 선택 폭이 넓어졌다.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교육 형태는 학습자에게 일률 전달하는 밀어내기(푸시) 방식이었다면 온라인 교육에서는 학습자 선택지가 넓어져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골라서 수용하는 끌어당김(풀) 방식으로 바뀐다. 푸시에서 풀로 서비스 소비 형태가 변하는 것은 단지 교육뿐만 아니라 서비스 비대면화가 일어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존 의료 체제에서는 제한된 범위의 병원, 의료 내용, 의사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서 의료서비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형태도 푸시에서 풀로 바뀐다. 그런데 푸시가 아닌 풀로 의료서비스 형태가 변하면 개인 건강기록은 병원이 아니라 개인에게 쌓이는 형태가 된다. 그러면 주치의 개념도 사람이 아니라 개인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모니터링해서 사전 경고를 해 주는 인공지능(AI)으로 바뀔 것이다.
정보 소비 형태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일어난다. 온라인에 떠도는 숱한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페이크 뉴스)에 대해 우려는 해 왔지만 자신과는 무관한 사소한 일로 여겨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가 얼마나 건강에 심각한지 알게 되면서 정보 소비에서 일률 방식으로 보내진 푸시 형태에서 벗어나 자기가 선택해 수용하는 풀 형태로 바뀌고 있다.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수에게 그냥 뿌려지던 푸시 형태 정보에는 관심을 줄이거나 경계하고, 신뢰하는 소수 사이의 풀 형태 정보에는 주의를 더 기울인다.
문화와 예술 분야도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이른바 전문가가 추천하는 공연을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관람하는 푸시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타인과의 접촉 없이 집에서 자기가 택한 공연을 풀 형태 시청 쪽으로 갈 것이다. 이 경우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하면 재택 시청자의 몰입도를 마치 공연 현장에 있는 것처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화 확산으로 제반 서비스 영역이 푸시에서 풀로 소비 형태 변환이 일어나면 비대면 상황에서도 마치 얼굴을 맞대고 듯한 상호작용의 편안함과 함께 집에서도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도를 제공하는 사용자환경(UI) 기술이 매우 중요해진다.
서비스 제공 입장에서는 경쟁력 부족에도 푸시 제한성 때문에 영위돼 온 서비스는 점차 퇴출되게 된다. 롱테일 현상이 더 커지고, 꼬리(테일)에서 머리(헤드)로 옮겨 가기 위한 온라인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광고 형태도 지금처럼 고객 관심을 상정해 상품을 나열하는 푸시 형태에서 벗어나 고객 요구를 읽고 요구에 부응해 상품을 추천하는 풀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마치 전문가에게 물어 보고 원하는 답변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광고 형태로 진화한다.
최두환 포스코 ICT 경영고문 dwight_cho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