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개화와 함께 '유리 가공'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폴더블폰 화면을 보호하고 디자인을 완성할 커버윈도로 유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반복해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유리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가열되고 있다. 폴더블 유리는 이제 막 상용화돼 제조가 어렵고, 가격 역시 비싸다. 아직은 범용적이지 않은 폴더블 유리의 한계를 개선해 대중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LPKF, 레이저로 '폴더블 유리' 구현
독일 LPKF는 레이저를 이용한 폴더블 유리 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신규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접히는 부분을 특별한 패턴으로 미세 가공해 폴딩 특성을 구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색종이를 그물망 패턴으로 자르면 신축성이 생기는 것과 같이 미세 패턴으로 유리를 접을 수 있게 만드는 개념이다. 미세 패턴은 반사율 매칭이 가능한 폴리머로 채워, 겉으로 패턴이 보이지 않게 한다. 30~50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유리를 접을 수 있게 한다.
LPKF 기술은 미세 크랙 없이 유리를 가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이저를 이용해 유리를 자르면 겉보기에는 매끄러워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갈라짐이 생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표면을 다듬고 화학적인 방법으로 코팅하는 작업이 추가된다. LPKF는 레이저를 이용한 미세 영역 형질변경과 화학적 처리를 한 데 합쳐 크랙 없이 유리를 가공한다. 가공 가능한 유리 두께는 30~900㎛다.
◇켐트로닉스, 초박막 유리로 폴딩
켐트로닉스는 초박막 유리 가공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유리를 얇게 만들어 폴딩 특성을 구현하는 개념이다. 유리는 단단하고 충격에 깨지기 쉽다. 하지만 유리 두께를 얇게 하면 필름처럼 유연성이 생긴다. 얇은 유리에 특수 코팅으로 강도를 더하면 폴더블폰 커버윈도로 쓸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런 방식으로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에 'UTG(Ultra Thin Glass)'라는 폴더블 유리를 탑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초박형 유리에 일정 깊이 이상 특수물질을 주입해 균일한 강성을 확보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Z 플립 유리 가공은 도우인시스가 맡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술 확보를 위해 도우인시스에 투자,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켐트로닉스는 식각액으로 디스플레이 패널에 쓰이는 유리를 깎는 사업을 해왔다.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살려 폴더블 유리로 영토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켐트로닉스는 연내 고객사 승인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뛰어든 폴더블 유리
도우인시스, 켐트로닉스와 같이 폴더블 유리 가공을 준비 중인 기업은 유티아이, 피닉스아이앤씨 등도 있다. 여기에 유리 가공의 정확도나 수율을 높여주는 장비 개발도 증가 추세다. 관련 기업은 필옵틱스, 중우엠텍, 큐알에스 등이다.
폴더블 유리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단계로 보이는데, 최근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행보가 최대 관심사다. 폴더블폰을 만드는 삼성전자가 직접 폴더블 유리를 자체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복수의 폴더블 유리 기술 업체와 접촉해 협력 및 상용화를 타진했다.
삼성전자는 30㎛인 현재의 폴더블 유리보다 두꺼우면서 폴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체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폴더블폰 시장 확대에 대비해 공급망을 확충하고, 폴더블 유리의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 등에 폴더블 유리 가공 생산 라인을 구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지만 메탈 케이스나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은 자체 생산도 병행한다. 완제품의 가치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은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내재화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