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이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심혈관 질환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우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발언도 나왔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주변국 정부는 수술을 마친 김 위원장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주기적인 건강이상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1월 공식 집권한 김 위원장이 주요 행사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때 마다 건강(신병)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40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부인 리설주와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한 뒤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공화국 창건 기념일(9월 9일)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대회(9월 25일), 노동당 창당 기념일(10월 10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뇌사, 쿠데타 등의 관측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 '태양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건강이상설에 불을 지폈다. 김 위원장 신변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불거졌다. 집권 이후 처음으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한 배경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개인 견해임을 밝히면서도 “북한이 무엇인가 충분히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설을 제기할 만큼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4월)10일 예정됐던 최고인민회의를 12일로 연기했는데도 김 위원장이 참석을 안했다. 15일 태양절 행사에도 안 나타났다. 평양시 봉쇄 조치도 바로 며칠 전에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이상 징후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심혈관 질환에 대한 수술을 받은 것은 맞는 것 같다”도 덧붙였다.
◇정부, 건강이상설 '일축'
청와대와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전날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김 위원장 심혈관계 수술을 보도했을 때와 달리 이날 CNN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건강이상설을 제기하자 리스크 확산을 적극 차단하는 모습이다.
이날 청와대는 통일부가 비공식적으로 특이동향은 없다고 한 뒤 재차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정부 부처에 뒤이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속 또 다른 변수를 차단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날 CNN 등의 보도에 대해 “북한 내 특이동향은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별히 건강이상설을 추정할만한 근거는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현재 측근들과 지방에 체류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동향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 진영이 압승해 남북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대북경제협력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주요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는데 악영향이 끼칠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받는 또 다른 '백두혈통'
영국 가디언은 CNN 보도 후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 주목했다.
가디언은 김여정에 대해 “북한 정권의 심장부에 있는 인물”이라며 “스위스 베른에서 학교를 다니던 1989년 9월부터 2000년 가을까지 김정은과 한 집에서 살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프로파간다를 이어갈 중요하고 유일한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집권 당시 진행했던 숙청 작업에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며 존재감을 알렸고, 이후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르면서 2인자의 자리를 굳혔다.
지난 3월에는 대남 담화를 통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비난하며 북한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