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디지털 전환에 주목하라]<4>생산과 공급 형태의 변화-중앙집중에서 지역분산으로

산업혁명 이래로 사회에 필요한 주요 유틸리티는 중앙집중식으로 생산되고 공급돼 왔다. 예를 들면 전력은 한 곳에서 대규모로 생산돼 여러 지역으로 공급됐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이런 중앙집중 방식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생산시설이 멈추게 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얘기는 크게 달라진다. 그 여파는 단지 한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으로 퍼지게 되고, 사회는 전체가 곤경에 빠지게 된다.

유틸리티 외에도 그런 사례가 많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 서비스가 그렇다. 만약 어떤 지역에 큰 병원 하나만 있고 그 병원이 잘못돼 봉쇄되는 상황이라면 지역 의료 활동이 전부 멈추게 된다. 반면 지역에 여러 작은 병원이 분산돼 있으면 한 병원이 봉쇄돼도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는 중앙 집중에서 벗어나 지역 분산으로 바뀌어 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여실히 나타나는 필수품 조달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품이 세계 한두 곳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공급된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 필수품이 지역에서 분산돼 생산·공급된다면 그 영향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와 의료용품의 생산 공급 상황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주요 필수품에 대해서는 자국 내 생산을 지향하는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지역 분산으로의 변화가 사회에 큰 그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크루즈선이 왜 코로나19에 취약해 '코로나19 배양접시'라는 오명을 쓰게 됐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크루즈선에서는 모든 체계가 중앙집중식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공조가 그렇고 급식이 그렇고 생활도 그렇다. 그래서 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가 쉽게 전체로 퍼져 나간다. 만약 크루즈선이 섹터별로 분산된 체계로 작동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문제가 중앙집중식 체계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로 된 것이다. 최첨단 항공모함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중앙집중식 체계 때문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컴퓨팅 체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은 중앙 서버 또는 클라우드에 컴퓨팅 자원이 집중돼 있고, 대부분의 중요한 컴퓨팅 작업이 여기에서 수행돼 각 단말로 뿌려지는 중앙집중식 체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 컴퓨팅에서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기업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취약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는 더 많은 컴퓨팅 작업을 단말 쪽으로 옮겨서 분산 처리하는 지역분산형 에지컴퓨팅(Edge Computing)이 확산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중앙집중형 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점차 안전한 지역분산형 체계로 변화돼 나아가는 것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물론 지역분산형 체계는 중앙집중형 체계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등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그 비용도 이제는 쉽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포스트코로나, 디지털 전환에 주목하라]<4>생산과 공급 형태의 변화-중앙집중에서 지역분산으로

최두환 포스코 ICT 경영고문 dwight_cho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