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종인 비대위' 꺼낸 통합당…일각에선 "창피한 노릇, 참패 원인부터"

최고위 '비대위 전환' 과반 의견 추인
金 “전당대회 무기한 연기·전권 보장”
당내 '비민주적 조건' 거부 여론 불거져
“총선 참패의 원인 찾은게 우선” 지적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체제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결론났다고 밝히고 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체제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결론났다고 밝히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무기한 전당대회 연기' 등을 수락 조건으로 내세워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당은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의견 취합 결과를 추인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를 마친 후 “전날 하루종일 현재 20대 국회의원과 21대 당선자 14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돌렸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의견이 다수였고, 김종인 비대위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인 총 142명 중 140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조사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심 원내대표는 “상임전국위원회 등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다음주 초쯤 준비가 되는대로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무기한 전당대회 연기, 전권 보장 등 조건이 충족돼야 수락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앞으로 8월 달에, 혹은 7월 달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서 지금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의미 없다”며 “처음에는 (전당대회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도, 그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발동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결국은 대선이 확실하게 보일 수 있도록 (비대위) 일을 해주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해줘야 한다. 시간 정해놓지 않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았고, 내년 3~4월 이후부터는 대선 후보 선정 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사실은 비대위가 1차로 해야 할 일은 이번 선거가 왜 이모양으로 나타났느냐는 분석부터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후 당 쇄신과 오는 2022년 대선까지 내다봤다.

심 원내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 “만나뵙고 말씀 들어볼 것”이라며 “전날 의총 때도 단 하나라도 많은 의견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조사해 본 결과 과반이 넘는 의견이 나왔고, 응답자 과반이 넘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에 비대위로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당 내에 김 전 위원장 비대위에 대한 거부 여론이 나오고 있다. 당이 참패한 원인을 찾는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급해도 모여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전화 여론조사라니. 그것도 위원장의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전권을 갖는 비대위라니”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이라니 참으로 비민주적 발상이다. 창피한 노릇이다”라며 “총선 참패의 원인, 보수당의 현실, 가치와 미래방향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남에게 계속 맡기기만하는 당의 미래가 있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