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카드, KB캐피탈, KB증권, 손해보험 등 금융그룹 모든 계열사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KB금융그룹이 정보통신기술(ICT) 통합 허브로 '통합IT센터' 가동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7월 김포 한강신도시에 준공한 통합센터는 금융지주사 산하 전 계열사의 IT를 모두 집적하는 국내 최대 디지털 허브다.
연면적 4만236㎡(약 1만2200평), 182명의 IT직원이 상주한다. 운영동(약 5400평)과 IT동(약 6800평), 전산실만 3200평 규모로 금융권 최대 규모다. 초고속 정보통신 건물 특등급 인증도 획득했다.
그간 KB국민은행은 서울 여의도 전산센터를 주 센터로, 염창 전산센터를 재해복구센터로 운영해왔다. 센터간 동일 재해권 리스크와 노후화된 건물 구조 등으로 설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통합IT센터를 경기도에 구축하면서 동일 재해권 리스크 우려를 해소하고, 각 계열사간 유기적인 IT 애자일, 협업체계를 갖췄다. 특히 지리상 김포시에 통합IT센터를 가동, 직원이나 파트너, 엔지니어가 최대 1시간 이내 신속히 장애 대응을 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의 심장으로 불리는 IT 인프라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이 가동 중이다. 전산센터 등이 한번 뚫리거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을 경우, 국가 금융망이 멈추는 재해 수준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계열사 전산 통합이라는 대형 프로젝트 외에도 IT센터를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채널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추진 중이다. 현재 중소형 계열사 통합 전산 작업을 진행 중인 현장에 언론사 최초로 전자신문이 직접 다녀왔다.
◇현존하는 최고의 보안시스템, 직원 실시간 위치 동선까지 파악
통합IT센터는 금융권 전산센터 중 최고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갖췄다. 이와 함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직원 동선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을 가동한다. 몇 번의 보안 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간 관제실 내 모니터에는 IT직원 동선이 실시간 보여진다. 직원 감시용이 아니라 갑작스런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바로 구호조치 등을 가능케 하기 위한 인프라다. 출입통제 시스템은 생체인식 기술을 대거 도입했다. 센터 출입은 물론 직원 출입구역과 서버룸, 전기실 등 주요 구역에 2중, 3중 장치를 마련했다.
출입통제 구역에 외부인이 접근해도 이중 생체인증 방식으로 지문과 출입카드, 정맥+출입카드 등 멀티 인증을 해야 문이 열린다. 각 층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KB금융그룹 통합IT센터 강점은 무장애, 친환경, 안전 등 3가지 핵심요소를 철저하게 구현했다는 것이다. 365일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하다. 인입전원 방식을 채택했고 UPS는 모두 이중화했다.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설치를 통해 친환경, 고효율 인프라를 갖췄다. 단계별 이중, 삼중 출입통제 시스템과 수백대의 CCTV 가동을 통해 정보유출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천재지변이 발생해도 9대에 달하는 내부 발전기를 가동, 영구적으로 정전 공급과 센터 가동을 할 수 있다. 지하에 설치된 발전기는 UPS가 멈췄을 때 즉각 가동된다. 연료로 쓰이는 기름만 비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수개월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한달에 두 번 가동 테스트를 실행한다.
진도8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면진 시스템을 도입했고, 예상치 못한 추가 중량을 감안해 1000㎏/㎡의 하중조건을 반영했다. 포스트 텐션 기법을 사용하기에 가능하다. 콘크리트 타설 전, 관을 설치하고 그 안에 강선을 넣은 후 콘크리트가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되도록 하는 미래형 설계 방식이다. 강선을 한 방향으로 잡아 당겨 고정시키는 공법으로 이해하면 된다.
◇코로나19, 컨틴전시 플랜 수립…최대 2500명 재택 동시접속
코로나19 확산 초기, KB금융은 개발과 시스템 운영 관련 필수인력을 통합IT센터로 이동시켰다. 업무내 분산 근무를 실시하고 모든 회의를 비대면 영상회의, 콘퍼런스 콜로 대체했다.
외부인 출입은 전면 차단했고 직원간에도 건물간 이동 불가능하도록 출입 기능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업무 효율성 저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KB금융은 업무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금융권 최초로 모든 본부부서 사무환경을 클라우드PC(VDI)로 전환했다. 은행 본점에 있든 전산센터 건물에 있든 장소나 시간 구애 없이 동일한 근무를 할 수 있다. 인력 분산 배치도 마무리했다. 자가격리로 직원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분산 근무중인 타부서원에 의해 업무가 지속 수행가능하도록 백업체계를 마련, 운영 중이다.
재택근무 시스템은 최대 2500명이 동시 접속 가능하도록 업무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계열사 IT채널을 통합하면서 KB금융은 운영비용 절감은 물론 신속한 IT통합 유도, 복구시간 최소화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근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했다. 이처럼 인수합병이 발생했을 때 전산센터를 임대 운영하는 사례와 견줘 보다 신속한 대응과 통합이 가능해진다. 현재 푸르덴셜 IT통합 여부도 논의 중이다.
◇통합센터, KB 미래 디지털 허브로 육성
과거 금융사 전산센터 기능은 뱅킹 서비스 등을 보조하는 유지, 보수 개념으로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 언택트, 핀테크 기반 디지털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나오면서 금융사 내 IT 기능 역할도 커지고 있다. KB의 IT통합센터도 단순히 전산 유지보수를 위한 개념보다는 미래 디지털 채널로 센터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건물 자체에 AI 기술을 적용해 전력 비용과 열효율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또 이상징후 조기 탐지 등 안전성을 높이고 향후 해외 지점 등에도 IT 인프라를 적용하는 '콜라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통합센터는 KB금융그룹 내 13개 계열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부 직접, 구동한다. 때문에 디지털 혁신 채널로 육성할 수 있는 탄탄한 자양분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KB금융 내 중소 금융계열사는 IT 인프라 운영은 은행에 맡기고 기획, 개발, 비즈니스 운영 등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계열사 간 효과는 배가된다.
올 하반기 국민은행은 '더 케이 프로젝트(차세대 주전산)'를 도입, 적용한다. 더 케이 프로젝트는 KB금융이 미래 디지털 서비스와 상품, 채널을 집대성한 사업이다. 그 핵심 역할과 기능을 통합센터에서 하게 된다. 전산 인프라에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미래기술을 융합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내재화다.
보안과 안정성 모두를 만족하기 위해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를 동시 지원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체계로 전환된다면 시중 여러 파트너가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 수행할 수 있다. 전문 인력 양성 사업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대대적으로 단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래형 전산시스템을 구현하고 각종 마케팅 프로세스와 고객대면 시스템, 데이터 허브 구축, 해외사업 플랫폼도 선보인다는 목표다.
KB금융 통합IT센터가 조속히 구축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전력의 전폭적 지원도 한몫했다. 관할 지자체인 김포시가 통합작업에 필요한 제반 행정 지원과 업무를 신속히 처리해줬다는 평가다. 김포지식산업센터 내 센터 준공에 맞춰 한국전력이 지사를 통합IT센터 바로 건너편으로 이전하며 센터 운영의 핵심요소인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KB통합IT센터를 둘러보면서 느낀 건 숨막힐 정도의 보안체계와 원칙을 고수하지만 직원을 배려하는 여러 정책을 동시에 도입했다는 점이다. 관제실에 있는 직원은 취재기자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왔다.
“우리가 가장 무서운 건 해커도 아니고 코로나19도 아니다. 바로 고객 평가다. 서민금융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KB금융이 고객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IT통합센터가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서민에게 빛이 될 수 있는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수백명의 직원이 통합센터 내에서 오늘도 희망의 불을 지피고 있다.
경기(김포)=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