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주범인 야생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인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구제역 대응(SDF)융합연구단은 집돼지 암컷의 소변과 분비물로 야생멧돼지를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정보통신기술(ICT)로 출몰 사실을 실시간 관찰하고 야생멧돼지를 쉽게 포획할 수 있는 유인책을 냈다. 연구진은 △멧돼지 유입 감응 센서 △자동 영상 송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포획 알림 △인공지능(AI) 포획 동물 인식 등을 활용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돼지에게는 치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연구진은 전북 완주군과 충북 옥천군에서 암퇘지 분비물로 야생멧돼지가 유인에 차이를 보이는지 실험했다. 관찰 지역이 멧돼지 출몰이 없는 지역임을 확인한 뒤, 분비물 살포 실험에서 최대 7마리 멧돼지를 유인했다. 이후 실험에서 분비물이 있는 경우에만 멧돼지가 유인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멧돼지 출몰 예상 지역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멧돼지를 손쉽게 포획할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이 고라니나 야생 고양이 등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DF융합연구단은 구제역 등 질병을 조기 감지하기 위해 각종 ICT 센서, 가축의 울음소리와 활동 영상 등으로 질병 발생을 알아내는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구제역 바이러스 관련 종합적 질병 대응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유한영 ETRI SDF융합연구단장은 “축산업계 큰 골칫거리로 대두되는 사회문제에 AI를 활용한 가축 질병 모니터링 및 대응 연구 노하우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번 실험을 바탕으로 AI를 적용, 구제역 종합 대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