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2>혁신 반증법

반증 가능성. 검증하려는 가설이 실험이나 관찰에 의해 반증될 수 있음을 말한다.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가설을 증명해 보자. 흰 백조를 관찰한 후 다른 백조들도 흴 것이라고 일반화할 수도 있다. 반면에 검은 백조를 찾아내지 못할 때 비로소 증명된다고 볼 수도 있다.

세그웨이 퍼스널 트랜스포터. 세그웨이의 원래 이름이다. 자기 스스로 균형을 잡는 두 바퀴 운송기기다. 운전 방법도 직관식이다. 앞으로 몸을 기울이면 전진, 뒤로 젖히면 멈추거나 후진한다. 혁신이 만든 경이로운 제품이라 붙여도 부끄러움 하나 없다. 그런데 상업용으로는 대실패였다.

6개월이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줄 알았다. 그러나 판매는 오히려 감소한다. 2009년 매각될 즈음엔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그 사이 기업과 경영 구루들은 많은 것을 다시 깨달았다. 놀라운 기술과 제품의 성공은 다르다.

세그웨이엔 억울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 그 반대로 사실이다. 송 에어라인은 정반대에서 동일한 얘기를 들려준다. 2003년 델타항공 자회사로 출범했다. 저가항공인 제트블루와의 경쟁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즈음 델타에는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와 브랜딩 콘셉트를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사명부터 '즐거운 노래가 되라'란 의미로 '송'이라 정했다.

목표한 시장은 개성 있고 멋있고 세련된, 이른바 힙한 전문직 여성으로 봤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여행 욕구뿐만 아니라 사회 욕구라고 봤다. 그러자 세부 사항이 줄줄이 정해졌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2>혁신 반증법

정작 저가항공이 아니라 럭셔리한 여행 경험으로 포지셔닝했다. 승무원들은 케이트 스페이드가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었다. 마케팅과 브랜드에도 돈을 쏟아부었다. 항공사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만들자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송 에어라인의 참신하지만 뭔지 모를 첫 광고가 나온다.

광고는 그들 로고처럼 온통 연두빛과 노란빛과 초록빛으로 채워졌다. 초록빛 풀밭 언덕을 아이들이 뛰어온다. 등에 노란빛의 나비 날개를 달고, 연을 손에 들고 아이들은 노란빛 꽃밭을 가로질러 온다. 카메라는 서서히 하늘을 비추고, 자막이 나온다. “지금 행복한 사람들의 탑승 순서입니다.”

많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겼다. '우리는 항공사가 아니라 문화다'라고 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했다. '송 스토어'라는 것도 문을 연다. 그러나 고객은 이들이 판매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했다. 광고와 마케팅으로 실제 구현될 수 없는 인상이나 이미지를 만든다고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비즈니스란 제품을 팔고 돈을 버는 것 아닌가. 송은 제품 대신 그들 자신이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제품이 뭔지가 아니라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하려 했다. 결국 송 에어라인은 실패했고, 2006년 델타에 합병됐다. 3년이 넘도록 어떤 종류의 수익도 남기지 못했다. 실상 서비스는 업계 최고였지만 마케팅 메시지가 비즈니스는 되지 못했다. 송 에어라인의 부침을 기록한 어느 잡지의 기사 제목은 '슬픈 노래:송 에어라인이 남긴 실패'였다.

칼 포퍼는 관찰과 귀납 대신 반증을 통해 과학은 발전했다고 봤다. 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철학자로 남아 있다. 공교롭게 우리도 세그웨이와 송 에어라인을 볼 수 있다. 혁신이 기술만도 마케팅과 이미지만도 아니란 점을 알게 해 준다. 혁신은 자신을 이렇게 반증해서 보여 준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2>혁신 반증법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