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디어의 강요된 변화와 자발적 혁신 그리고 미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세계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야기한 코로나19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과 의료진, 정부의 각고 노력에 힘입어 진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모범이 되는 방역 사례를 보여 줬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남긴 상처나 시사점은 매우 크다. 국내 내수경기 위축이라는 심각한 상처와 더불어 이른바 '언택트(untact)' 경제의 급부상 및 미디어 산업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킬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닐슨코리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TV 시청 시간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셋째주를 기점으로 평소 대비 약 20%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또 모바일에서도 미디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시간이 음식 주문과 커머스 앱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비단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 하더라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 성장과 이용 확대는 명약관화했기 때문에 정책 관점에서도 디지털 미디어를 어떻게 바라보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됐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 미디어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정책 방안 마련에서 몇 가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 발전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전통 미디어의 변화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유료방송 시장 구조 개편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통 미디어가 성숙기로 진입함에 따른 시장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 즉 변화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시장 구조의 변화 과정에 맞춰 전통 미디어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자발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성이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혁신 영역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거나 규제 만능론에 입각해서 발전 방안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과거 전통 미디어 산업에 대한 기존 정책이 규제 중심으로 접근됨에 따라 '규제 완화를 위한 규제, 발전을 위한 규제'라는 이율배반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경쟁 환경임을 고려할 때 규제로의 접근은 오히려 국내 산업 발전을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미디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명확하고 구체화한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뉴노멀(New normal)을 넘어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가운데 이러한 급변화는 시장 불확실성을 필연으로 발생시킨다.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투자와 혁신은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 궤도에 본격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설정함으로써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해 줘야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저서 '군주론'에서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설파한 적이 있다. 즉 기존 제도나 시스템에 의존해 혜택을 받고 있는 자는 당연히 변화와 혁신에 저항할 것임에 반해 새로운 제도나 혁신이 주는 혜택은 불확실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저항하는 자는 많고 혁신을 지지하는 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디어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이 상호 연계돼 있어서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관련 정책 당국이 지금까지 잘해 온 것처럼 어렵고 힘들더라고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미디어 생태계에 새로운 혁신과 시스템을 도입하고 디지털 미디어 강국이 될 수 있는 정책 방안 마련을 기대해 본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jkwlee@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