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빛 발한 'LG전자' 빛 바랜 '월풀'

LG, 1분기 가전 영업익·이익률 세계 최고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매출도 월풀 제쳐
건강·위생 관심 고조…건조기 등 '스팀가전' 인기
프리미엄 제품 전략, 매출 감소폭 줄여

코로나에 빛 발한 'LG전자' 빛 바랜 '월풀'

LG전자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월풀을 제치고 세계 최고 가전 기업으로 올라섰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판매에 차질을 빚은 가운데서도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월풀과의 격차를 만들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1분기 가전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에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매출에서는 세계 1위를 지켜온 월풀에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은 물론 매출까지 월풀을 제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고 가전 기업이 됐다.

LG전자에서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5조4180억원, 영업이익 7535억원, 영업이익률 13.9%를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분기 사상 최고 기록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건강과 위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 판매가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해외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월풀은 매출 43억2500만달러(약 5조2938억원), 영업이익 2억6000만달러(3182억원), 영업이익률 6.0%를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1%, 영업이익이 1.1% 감소했다.

LG전자는 1분기 매출에서 월풀을 1242억원 차이로 제쳤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월풀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격차가 컸다.

1분기에 LG전자가 월풀 매출을 넘어선 것은 프리미엄 가전 경쟁력과 신제품 출시, 계절성 성수기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스팀가전 등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제품 위주로 선보인 것도 주효했다.

코로나19 영향도 양사 실적의 차이를 가져온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가전 수요가 감소, 기업들이 전반에 걸쳐 매출 감소를 겪었다. 프리미엄 가전 경쟁력을 갖춘 LG전자는 감소폭이 크지 않았지만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낮은 월풀은 매출 감소폭이 다소 컸다.

LG전자 가전 사업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가전 분야에서 성능과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고, 주요 부품의 모듈화 등으로 원가 경쟁력도 높아졌다. 의류관리가전, 스팀가전 등 이른바 신가전 판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식물재배기, 맥주제조기, 홈뷰티 기기 등 신개념 제품도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향후에는 가정용 로봇 사업 등 신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에 기반을 둔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면서 “올 2분기에 지속될 코로나19 영향도 미국과 중남미 매출 비중이 높은 월풀에 비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