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3> 어느 일상의 혁신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3> 어느 일상의 혁신들

베를리너 레푸블릭. 전형적인 베를린 스타일 펍이라고 한다. 18가지 수제 맥주에 할머니 손맛이 들어간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정작 흥미로운 것은 맥주 값이다. 저녁이면 맥주 값은 들쑥날쑥해진다. 주문량이 적은 맥주는 싸게, 주문이 많으면 비싸진다. 이 재미를 즐기려면 바에 앉는 게 좋다. 이 경매에 흥미 없다면 야외 테이블을 추천한다. 맥주 값은 좀 더 들겠지만 스프리강의 멋진 야경으로 보상받을 테니.

이 비어뵈르스, 즉 '맥주장터'는 꽤 유명한 사례다. 이걸 흥미롭게 보는 이유가 있다. 혁신이론을 살붙이기에 제격인 탓이다. 이런 사례도 있다.

유달리 종업원이 일일이 고기를 구워 먹기 좋게 잘라 내놓는 고깃집이 있다. 친절하다고 느꼈다면 주인장 속내의 반쪽만 알아차린 셈이다. 주인장엔 또 다른 셈법이 있다. 회전율이 바로 매출이란 점이다.

손님의 서투른 구이 실력과 가위질은 맛도 맛이지만 시간을 하릴없이 잡아먹는다. 굽고 잘라내 놓자면 인건비는 더 들지만 바쁜 저녁 시간에 테이블을 몇 번 돌리느냐가 수익의 관건이다. 그러자니 여기선 연탄불도 아래위 두 장을 다 태운다. 굽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다 돈인 셈이다. 베를리너 레푸블릭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몰리는 피크 시간에 주문량은 몰리기 마련이다. 이것을 제때 소화하자면 종업원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손님은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맥주란 제때 못 팔면 버려야 한다. 괜한 인건비 덜 들이고, 버리는 맥주 없이, 대개 비어있게 마련인 바의 좌석을 왁자지껄한 손님들로 채운다면 손해 볼 것 없다. 거기다 한가히 할머니 표 음식에 맥주를 곁들이고 싶은 손님들과도 자연히 구분됐다.

이 두 식당의 얘기는 마냥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지만 실상 네스프레소나 넷플릭스와 다를 바 없다.

네스프레소를 보자. 혁신을 말하는데 수치 두 개면 충분하다. 19달러어치 커피콩으로 137달러어치의 '완벽한 커피'를 만들어냈다. 일회용 캡슐과 버튼을 누르면 들리는 커피머신의 윙하는 소리는 그 자체로 누군가의 일상이 됐다. 그 테이블의 진동과 냄새는 그 자체로 기꺼이 이만한 가치 있는 것이 됐다.

넷플릭스도 매한가지다. 비디오 가게를 생각해 보라. 보통 DVD를 빌리는데 돈을 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원들 추천받는 것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이 서비스야말로 비디오 가게 모델의 핵심이었다. 실상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의 성공엔 이것을 잘 베낀 데도 한몫한다. 점원 대신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는 다른 고객을 그 자리에 끼워 넣었다. 점원은 영화 추천 전문가들이지만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는 고객들도 믿을 만한 조언자임엔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베를리너 레푸블릭, 네스프레소, 넷플릭스를 가치를 찾아내기 위한 혁신으로 본다. 네스프레소는 커피콩 대신 캡슐로 가격제안제품을 바꿨고, 넷플릭스는 점원 추천이란 걸 나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른 고객의 선택이란 것으로 바꿨다. 베를리너 레푸블릭은 유동가격제의 한 예다. 물론 어느 고깃집은 수익공식을 바꾼 사례에 해당할 터다. 모두 수익모델 만들기를 한 셈이다.

어쩌면 우리는 혁신을 너무 고이 간직한다. 구급상자나 심지어 제세동기 취급한다. 하지만 이러고서야 혁신을 맛볼 일은 적다. 어느 주인장의 실전 강의에 원리를 붙이는 건 어렵지 않다. 정작 드문 것은 뭔가 해법을 찾겠다는 C자를 명함에 붙인 경영진의 다급한 마음이기 마련이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13> 어느 일상의 혁신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