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속 카페인으로 배터리 고속 충전

포스텍, 친환경 양극재 사용한 전고체상 리튬전지 개발
카페인산으로 'P4VC 고분자' 합성…환원전압 3V 이상

커피에서 추출한 카페인을 통해 리튬이온전지를 구현한 개념도.
커피에서 추출한 카페인을 통해 리튬이온전지를 구현한 개념도.

커피나 코코아, 콜라 등 기호식품에 흔히 들어있는 카페인을 이용해 고속 충전이 가능한 리튬전지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박문정 화학과 교수와 통합과정 김보람 씨 연구팀이 카페인산을 합성한 양극재로 전고체상 리튬전지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카페인산(caffeic acid)을 원료로 합성한 'P4VC(polyvinyl catechol)' 고분자를 양극재로 사용해 자연 친화적 리튬유기전지를 개발했다. 또 리튬이온만 선택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고분자 나노입자를 전해질로 사용해 고속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박문정 포스텍 교수
박문정 포스텍 교수

리튬유기전지는 지속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용량이 작다' '수명이 짧다' '충전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이유로 독성을 가진 전이금속 양극재를 대체할 수 있는 유기양극재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리튬 이온 전지는 대부분 전이금속양극재와 액체 유기 화합물을 전해질로 사용하고 있다. 전이금속은 원가가 비쌀 뿐만 아니라 독성이 있고, 액체 전해질은 가연성이므로 배터리 온도가 상승하면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카페인산을 원료로 합성한 P4VC 고분자를 리튬 이온 전지 양극으로 사용하고, 액체 전해질을 대신해 고체인 단일 이온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를 전해질로 사용했다.

포스텍 화학과 통합과정 김보람 씨
포스텍 화학과 통합과정 김보람 씨

P4VC 고분자 양극재는 3볼트(V) 이상 높은 환원전압을 보였으며, 현재 상용화된 전이금속 기반 양극재의 가역용량보다 2배 이상 높은, 단위 질량당 352밀리암페어(㎃h)의 높은 방전 용량을 보였다. 특히 커피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카페인산을 양극재의 원료로 사용해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또 액체 전해질을 고체 상태의 단일 이온 고분자 나노입자 전해질로 대체함으로써 내열성을 높였다. 90도의 고온에서도 동작 가능하며, 우주와 같은 진공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0분 충전을 통해 100㎃h g-1 이상 높은 용량을 얻었고, 500사이클 이상 연속적인 충방전 동안 용량이 전혀 감소하지 않는 안정성을 입증했다. 1년 이상 사용해도 성능이 감소하지 않는 휴대폰 배터리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박문정 교수는 “커피를 원재료 모든 물질이 고체로 이뤄진 리튬유기전지를 만들고 동시에 높은 용량과 고속 충전 특성을 이끌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리튬전지는 용량이 작고, 수명이 짧다는 통념을 뒤엎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단일이온수송 고분자 기반 차세대 전해질 소재 개발), 미래소재디스커버리지원(하이퍼 이온 이송 채널 소재의 합성 및 구조화 기술), 집단연구지원(혼성계면 화학구조 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에너지·화학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 '켐서스켐(ChemSusChem)' 최신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