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미국 전통 고급차의 대명사다. 캐딜락 'XT6(Crossover Touring 6)'는 대형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XT5'와 '에스컬레이드' 사이에 위치한 차종이다. 2019년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됐고 올해 3월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대형 SUV인만큼 차체 크기는 압도적이다. 전장 5050㎜, 전폭 1965㎜, 전고 1750㎜, 휠베이스 2863㎜다. 주차장에 세워진 카니발과 비교해보니 덩치가 크게 밀리지 않았다. 패밀리카로 부족할 게 없어 보였다.
XT6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디자인이다. 세련된 각진 디자인이 적용돼 XT5보다 더 강인한 인상을 준다. 묵직한 느낌은 있으나 중후하진 않았다.
전면부 주간주행등과 후면부 테일 램프는 세로형이다. 기하학적 패턴을 가로로 배치한 라디에이터 그릴도 투박하지 않다. 젊은 연령대를 포함해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을 고심한 듯했다.
차에 탑승하고 가장 놀란 건 엉덩이에서 전해진 진동이다. XT6는 위험상황을 엉덩이 진동으로 알려주는 '햅틱 시트'를 탑재했다. 좁은 골목길에서 세워진 차량 주변으로 사람이 지나가자 강한 진동이 엉덩이를 때렸다. 썩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경각심을 주기엔 좋은 듯했다.
적외선 센서 기반 '나이트비전' 기능을 활용하면 야간에도 전방 장애물을 쉽게 확인하고 피할 수 있다. 운전자는 계기판을 통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전방 보행자 감지 시스템,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도 탑재했다. 센서는 민감하다. 골목길에서 보행자가 차의 이동경로를 막아서지 않았는데 급제동했다. 예상치 못한 급브레이크에 기자도 보행자도 놀랐다. 또 전방 차량이 좌회전을 위해 차선을 변경하다 남겨둔 후면부 일부를 인식해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기능에 불이 들어오기도 했다.
차량이 무거운 탓인지 브레이크는 세단을 운전할 때보다 힘 있게 밟아야 했다. 부드럽게 밟을 경우 차량이 앞으로 밀리는 듯했다. XT6 공차중량은 2150㎏다. 오토홀드 기능은 없으나 기어레버에 파킹(P) 버튼을 활용하면 불편함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앞 차량과 거리를 계산해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과 차선 이탈 경고 및 유지 기능, 사각지대 경고 및 차선 변경 경고 기능은 원활히 작동됐다.
캐딜락이 자랑하는 '슈퍼 크루즈' 기능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고정밀 지도가 필요한 데 한국은 현행법상 해외에 고정밀 지도를 반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 스스로 차선까지 변경할 수 있는 반자율주행 시스템이기에 아쉬움을 남겼다.
주행성능은 합격점이다. XT6는 개선된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했다. 자연흡기 방식이다. 강한 힘을 발휘하나 주행 시 안락한 느낌을 줬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m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차량이 묵직한 힘을 받으며 쏘아져 나갔다.
연비는 도심과 강변북로, 자유로 등을 107㎞ 주행했을 때 7.1㎞/ℓ를 기록했다. 제원상 복합연비 8.3㎞/ℓ, 도심연비 7.1㎞/ℓ, 고속도로연비 10.5㎞/ℓ다. ACC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면 연비 주행이 가능하다. 캐딜락은 정속 주행 등 특정 상황에서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했다.
캐딜락은 XT6 실내 디자인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캐딜락은 XT6 모든 좌석에 최고급 소재 중 하나인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했다. 또 전 좌석과 암레스트, 인스트루먼트 패널, 트렁크 내 버튼을 모두 스티치 마감 처리했다. V자형 센터페시아는 천연 가죽과 고급 원목, 카본 파이버가 조화를 이룬다.
15와트 무선 충전 패드는 암레스트 앞쪽에 위치한다. 대각선으로 뚤린 구멍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면 충전을 시작한다. 평면 무선 충전 패드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14개 스피커 기반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 사운드 시스템과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에어 이오나이저 시스템도 적용됐다.
2열과 3열에도 탑승자를 위한 각각 2개의 USB포트가 있다. 3열은 945㎜의 동급 최대 머리 공간을 자랑한다. 성인이 장거리 여행 시 탑승하기엔 무리다. 1~2열 대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XT6는 2열 좌석을 기울여 3열 탑승을 돕는 피치 앤 슬라이드 기능을 지원한다. 트렁크 벽면에 있는 버튼을 이용하면 2열과 3열을 접을 수 있고, 3열은 시트를 전동으로 다시 세울 수 있다.
3열만 접더라도 골프백이 들어갈 공간은 충분하다. 2열까지 접으면 성인 남성이 누울 수 있는 충분한 길이와 공간이 확보된다.
XT6는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8347만원이다. 개별소비세 70% 감면을 반영한 가격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