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수입차 딜러사 양극화, BMW 웃고 벤츠 울었다

[이슈분석] 수입차 딜러사 양극화, BMW 웃고 벤츠 울었다

정부가 1988년 수입차 시장을 전면 개방한 지 32년이 흘렀다. 수입차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수입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2000년 0.42%에서 지난해 15.9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규 등록되는 수입차는 4414대에서 24만4780대로 55.5배 증가했다.

수입차 딜러사도 큰 폭으로 늘었다. 개방 첫해 수입차 딜러사는 한성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 효성물산(아우디폭스바겐), 한진(볼보), 코오롱상사(BMW)에 불과했지만 200여개까지 확대됐다. 그만큼 생존을 위한 딜러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딜러사 수익성 역시 한국법인 본사의 경영 방침이나 판매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엇갈리는 딜러사 수익성...벤츠 '악화'·BMW '개선'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는 23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점유율은 각각 28.79%와 22.79%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팔린 수입차 51.58%가 두 회사 모델이다.

벤츠 딜러사는 한성자동차, 한성모터스, 스타자동차, 더클래스효성, 케이씨씨오토 등 11곳이다. BMW 딜러사는 코오롱글로벌, 도이치모터스, 한독모터스, 동성모터스, 바바리안모터스 등 7곳이다.

전자신문이 최근 5년간 메가 딜러사 매출과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브랜드별 수익성은 엇갈렸다. 2015년 디젤게이트 영향으로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후 딜러사별 수익성이 극명히 갈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는 벤츠지만 딜러사 수익성은 BMW가 앞섰다. 벤츠 딜러사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한성자동차는 영업이익률은 2015년 2.3%였으나 2019년 적자 전환했다. 한성모터스와 스타자동차는 1% 밑돌았고 더클래스효성은 1.1%, KCC오토는 2.2%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015년 3.5%에서 2019년 4.0%로 개선된 벤츠코리아와 대조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딜러사 수익성은 딜러별 재량인 판촉 비용과 마케팅, 서비스 투자 비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딜러사가 고객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BMW 딜러사 수익성은 지속 개선돼 BMW코리아(2.9%)보다 오히려 높았다. 도이치모터스 3.2%, 한독모터스 4.2%, 바바리안모터스 3.8% 수준이다. 과거보다 BMW 딜러사가 차량 할인폭을 줄이고 정찰제에 가까운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보다 오랜 기간 딜러사와 좋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자부한다”면서 “딜러사가 많아지면 제 살 깍아 먹기식 경쟁이 우려되기 때문에 딜러사를 7개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 딜러사도 수익성 저조...'갑을' 관행도 여전

메가 딜러사 수익성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블루오션이던 수입차 판매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최다 딜러사를 거느린 곳은 말레이시아 화교계 레이싱홍그룹이다. 한성자동차와 한성모터스, 용산스포츠오토모빌,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스타자동차 등을 보유했다. 이들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3조7895억원인데 합산 영업손익은 1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단일 딜러사로 국내 최대 규모인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매출이 2조6790억원이지만 영업손익이 전년 대비 급감하며 1874만원 적자 전환했다. 340억원에서 36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둬왔으나 수익성이 급락한 것이다. 레이싱홍 그룹은 2017년 용산스포츠오토모빌을 설립, 포르쉐 차량 판매를 시작했으나 2018년 28억원, 2019년 32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효성그룹 계열 딜러사도 토요타 차량을 판매하는 효성토요타(4.0%)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2% 미만이다. 2016년 설립된 재규어랜드로버 딜러사 효성프리미어모터스는 2017~2019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KCC오토그룹 딜러사도 모두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다. 영업이익률은 혼다 딜러사 KCC모터스가 1.0%,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사 KCC오토가 2.2%이며 재규어랜드로버 딜러사 KCC오토모빌은 적자에 빠졌다.

BMW 비중이 큰 도이치오토모빌그룹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도이치모터스는 2017년부터 2년 연속 매출이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3배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3%에서 3.2%로 개선됐다. 반면에 2018년 설립된 포르쉐 딜러사 도이치아우토는 2019년 영업이익률이 0.1%에 불과하다.

극동유화그룹 딜러사는 포드 딜러사 선인자동차만 3.1%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 딜러사 고진모터스는 1.0%에 그쳤고, 재규어랜드로버 딜러사 선진모터스는 적자다.

딜러사 업계에선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으나 아직 수입차 국내법인과 딜러사 간 갑을 관계가 수익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수입차 국내법인은 차를 들여와 직접 판매하지 않고 딜러사를 통해 유통한다. 유통 물량을 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설명이다.

수입차 딜러사 고위 관계자는 “수입차 한국법인이 재고 밀어내기와 자사 캐피털 사용 비율 할당 등의 부담을 주는 관행이 여전하다”면서 “딜러사 줄세우기 지표로 사용되기에 생존을 위해서는 무리한 할인 등을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입차 한국법인 관계자는 “어느 브랜드나 판매 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본사는 권장 소비자가격만 제시할 뿐 가격은 딜러사별 자율이 보장된다”면서 “할인은 딜러사별 재고 상황, 주력 모델에 따라 결정되며 본사 강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