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밸류체인(GVC)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핵심 품목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정 국가들에 집중된 소부장 의존도가 자칫 우리 제조업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부장 관련 수입액은 총 1888억달러다. 이 가운데 상위 5개국인 중국(28.4%), 일본(17%), 미국(12.2%), 대만(6.7%), 독일(5.1%)가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국가라도 수출을 줄이게 되면 우리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7월 3대 핵심품목 수출 규제에 나선 일본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 생산규모는 지난 2017년 786조원 규모를 형성했다. 2001년(240조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9억달러에서 1375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그동안 덩치만 키운 우리 소부장 산업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은 장기간 확보한 기술로 수많은 품목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한국은 기술 난도가 낮은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 일본이 선점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현재 소부장 산업에서 일본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이유다. 양국이 공동으로 생산하는 품목 931개 중 일본이 세계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제품은 309개에 달한다.
지난 2018년 대일 무역적자 241억달러 가운데 소부장은 224억달러(약 27조3145억)다. 같은 해 대일 수입 546억달러 중 소부장 비중은 68% 수준이다. 향후 2차전지 등 첨단 산업 성장에 따라 대일 역조가 증가할 우려도 제기된다.
소부장 산업의 자체 조달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라 각국이 공급망 내재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물론 자국 권역 중심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 단순한 인건비 경쟁력보다 수요기업 연계성, 수급 위험, 인프라 수준 등을 고려해 공급망을 분산하는 추세다.
2001~2017년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의 평균 자체 조달률은 60%대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27%), 디스플레이(45%)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동차(66%), 기계(61%), 전기·전자(63%)도 높지 않은 수준이다. 해외 공급망에 의존해 기술 자립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산업에 파급 효과가 큰 소부장은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만성적 해외 의존 구조와 낮은 자체 조달률을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