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그동안 일본에 의존했던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소재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대일 무역 역조 해소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전문업체 쎄미시스코(대표 이순종)는 기존 인듐주석산화(ITO) 투명 전극을 대체할 메탈메시 투명전극용 구리(Cu)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ITO는 스마트폰 터치스크린패널(TSP) 등에 전극을 형성하는데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메탈메시 방식은 필름 위에 미세 격자무늬 패턴을 만들고, 그 안에 금속을 도포해 전극을 형성하는 형태다. ITO와 비교해 저항값이 낮아 터치 응답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휘거나 구부릴 수 있기 때문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폴더블폰 등에 활용 가능한 차세대 핵심 소재 기술로 꼽힌다.
쎄미시스코는 지난 2년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한 '혁신형기업 기술개발사업'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 해당 소재는 현재 90% 이상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회사는 그동안 메탈메시 투명전극에 사용된 은(Ag) 대신 구리를 적용해 원가를 크게 낮췄다. 또 국내 최초 잉크 형태를 구현하면서 비용 절감은 물론 활용도 극대화에 성공했다.
쎄미시스코 관계자는 “지난 7년여간 개발한 인쇄전자 핵심 '광소결기술'을 적용했다”면서 “그동안 구리를 사용하지 못한 공정 관련 기술적 난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공인인증기관 시험에 따르면 ITO 투명 전극 저항값은 면 저항 기준 100~200Ω이다. 이번에 개발한 메탈메쉬 투명전극소재는 0.5Ω 이하다. 기존 소재 대비 무려 200배 이상 효율을 향상시킨 셈이다. 현재 메탈메시 투명전극으로 최신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고객사 두 곳에서 양산 적용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쎄미시스코의 이번 개발은 우리나라의 만성적인 대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적자 구소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이 투명 전극 수요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쎄미시스코는 향후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차세대 OLED 조명, 유기태양전지(OPV), 5G 안테나 및 유연전자회로기판(FPCB),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으로 수요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순종 쎄미시스코 대표는 “일본 수입에 의존한 핵심소재 및 관련 장비를 100% 국산화하면서 우리의 경쟁력을 보여주게 됐다”면서 “정부 지원 개발자금과 전용펀드를 적극 활용해 메탈메시 투명전극소재 양산화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