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이 점차 완화되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성장 핵심 키워드로 '언택트(비대면)'가 떠올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디지털·비대면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기반 기술 기업이 속속 IPO를 준비하고 나섰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및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같은 기류 변화에 한몫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달 IPO 도전 기업은 '제로'였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 올 하반기에 증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상장예비심사 청구 기업이 증가했다. 4월부터 이달 8일 기준 총 22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월 2개, 3월 4개(2개는 스팩)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올해 IPO 도전에 정식으로 나선 기업은 총 32개다. 의료·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소프트웨어(SW), 자동차 부품 등 분야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해 초 IPO 시장 최대 화두는 소부장이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국산 소부장 수요가 급증했고, 정부가 소부장 패스트트랙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관련 기업이 크게 주목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부장 관련 기업 부상에 이어 언택트 기술 보유 기업도 가치 상승을 예고하며 별도 테마주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관련 기술·서비스 기업이 주목받으면서 5G, 반도체, 비대면·온라인 기술과 서비스 등이 주요 투자처로 조명 받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실물경기와 기업 실적 모두 악영향을 받았지만 넷플릭스·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을 비롯한 카카오·네이버 등이 1분기에 좋은 성과를 거둬 새로운 성장 분야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심는 효과를 냈다.
당장 기대주로 떠오른 기업은 카카오뱅크와 티몬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윤호영 대표가 직접 올 하반기 IPO를 추진, '카뱅 퍼스트' 전략을 시현할 실탄 확보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뱅크 자산 규모는 아직 시중은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22조7000억원 수준이지만 지난달 말 기준 고객 수 1200만명, 핵심 활동성 지표인 월간사용자(MAU)는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언택트 서비스 개발과 사업 확장에 조달 자금을 투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온리 모바일 전략으로는 금융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티몬은 지난 3월 첫 월 기준 흑자를 달성했다. IPO도 추진, 안정된 자본 확충에 나섰다. 티몬이 성공리에 IPO를 추진하면 국내 e커머스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증시에 입성한 사례가 된다. 그동안 e커머스 기업 성장성과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컸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커머스 결제가 급증했다. 그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하반기 IPO를 준비하는 기업 가운데에도 코로나19로 재조명받고 있는 곳이 상당하다.
대학편입 전문 교육 기업 아이비김영은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예고했다. 2011년 메가스터디에 인수된 이후 오프라인 영역에 이어 인터넷 동영상 교육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솔트룩스는 AI 플랫폼을 앞세워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한다. 국내 SW 기업 가운데 첫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회사가 공급하는 AI 콜센터 공급 사례가 증가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공급사 에임시스템, 국내 1세대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 개발사 영림원소프트랩, AI 기반 소비자 행태 분석 빅데이터 플랫폼을 공급하는 와이더플래닛도 기대주로 떠올랐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